“부산을 기록하는 일이 나의 마지막 작업”
다큐멘터리 사진가 문진우
고교 시절 입문 50년 외길
박물관 2곳서 동시 전시회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문진우(65)가 부산근현대역사관(이하 역사관)과 범어사 성보박물관에서 잇따라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역사관에서는 8월 11일까지 ‘부산의 기억, 도시 스케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성보박물관에서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금정산 빛그리메’ 전시가 열린다. 부산이란 도시가 변해가는 모습과 말없이 부산을 감싸안은 금정산을 기록한 서로 상이한 두 전시가 거의 동시에 시작되는 것이다. 문 작가는 역사관에는 부산의 기록 사진 1500장, 성보박물관에는 금정산 일대 풍경 사진 1000장을 기증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작업실에 들어서자 반지하 특유의 냄새가 느껴졌다. 그러자 몇 년 전 그를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났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일하다 이동 중이라고 했다. 잠깐 옆자리에 앉았다 헤어졌을 뿐인데, 문 작가의 몸에서 나던 땀내는 너무 강렬했다. 그때부터 그를 떠올리면 머릿속에 ‘짠내’가 먼저 떠올랐다. 문 작가는 집을 놔두고 반지하 작업실에서 거의 매일 작업하고 잠을 잔다고 했다. 문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사진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고등학교 때 사진반에 들면서 시작했다. 집에 어머니가 쓰던 카메라가 있어서였다. 출사를 나가니 셔터를 누를 때 감촉이며 찰각하는 소리가 너무 재밌었다. 동아대에 입학해 다시 사진 서클에 가입했고, 졸업전을 만들어 놓고 나왔다. 농심에 공채로 들어가서 4년간 다녔는데, 그때도 주말마다 사진 찍으러 다녔다. 결국 1987년 언론자유화 이후 창간된 항도일보에 경력직 사진기자로 들어갔다. 부산매일신문 폐간 이후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사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특강에 가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장 눈앞의 손익 계산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관계 속에서 내가 일방적으로 주는 것 같아도 언젠가는 그게 뻥튀기가 되어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선통신사 문화교류사업을 내가 20년 이상 찍고 있다. 예산이 없는데 대마도에 가서 소주 한잔 받아 줄 테니 사진 몇 장 찍어 달라는 부탁으로 시작된 일이다. ‘노니 가자’는 생각이 긴 인연이 되었다. 부산시에서 나오는 <부산이야기>도 처음에는 원고료가 박했지만 그때 찍은 사진들이 지금은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돈은 벌어야 하지만 일을 우선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현명했다.
-‘문진우 사진 대방출’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수천 장이나 기증한 이유는 뭔가.
“광안대교 공사 한창 할 때 그 밑에서 물질하는 해녀를 찍은 사진이 있다. 그런 사진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되고 안 되고 하는 의미 따위에는 이제 관심이 없다. 신문기자라는 목격자로서 사회에 증언하다가 이제 마지막 작업으로 기록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이유는 부산이라는 도시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싶어서다. 사진 자료를 개인이 가지고 있어야 뭐하겠는가.”
-전시회에 온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라는가.
“부산이 도시화되며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역사관에서는 부산을 아끼고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금정산은 맑은 날, 흐린 날, 비 온 뒤, 해가 뜰 때, 해가 질 때 모습이 모두 다르다. 범어사와 금정산이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느꼈으면 좋겠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