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 장편 연출 김태용 감독 “‘원더랜드’서 감정에 집중”
영화 ‘만추’ 이후 첫 장편 선봬
아내 탕웨이와 다시 한번 호흡
AI 기술 자문·다양한 사랑 담아
“인공지능을 활용해 완성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확인해보세요.”
영화 ‘원더랜드’를 연출한 김태용 감독의 말이다. 이 작품은 김 감독이 ‘만추’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상업영화다. 김 감독은 인공지능(AI)을 소재로 한 여러 인물의 관계를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녹여냈다. 김 감독이 꽤 오랫동안 품고 있던 과학기술과 인간의 삶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고고학자와 식물인간이 된 연인을 그리워한 여자가 ‘원더랜드’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사랑과 그리움 등 인간의 감정을 겨냥한 서비스다. 감독은 “이번 영화의 시작은 영상통화였다”며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던 중 휴대폰 너머로 상대방이 진짜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다”면서 “언젠가 과학 관련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번에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과학자들에게 자문받고, AI 관련 논문을 찾아봤다. AI 소재를 다루는 만큼 영화 몰입을 방해하지 않게 최대한 과학적 근거를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 자체에 초점을 두기보단 인간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AI 혹은 기계와 어디까지 감정 소통이 가능할지 고민했다”며 “인간의 감정 변화가 AI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영화에 반영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새로운 기술을 통한 인간의 다양한 감정 교감은 더욱 빈번해질 거예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호흡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김 감독은 아내인 탕웨이 배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감독은 “탕웨이 씨의 연기가 ‘만추’ 때보다 더 용감해졌다”며 “영상통화가 감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데 감정을 세심하게 포착해 리액션하고 집중하더라”고 칭찬했다. 그는 “본인만의 세계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심이 들었다”면서 “탕웨이 씨가 배우로서 감독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데 종종 질문을 피하려고 제가 역으로 물어본 적도 많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이어 “(탕웨이가) 아역 배우 캐스팅 오디션에도 참여했다”면서 “엄마 역할인 니나 파우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에도 직접 전화해서 설득해줬다”고 덧붙였다.
최근 10년간 단편 연출과 기획, 무대 감독 등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 온 김 감독은 “좀 더 빠른 속도로 (장편)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해보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웃은 뒤 “지금 영화 산업이 침체기라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 꾸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선보인 영화인데 영화 산업이 많이 바뀌어서 첫 작품을 내놓은 기분이에요. 우리 영화를 보고 인공지능과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