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탕웨이 “감독과 익숙한 관계, 몰입에 도움됐죠”
세 번째 한국 영화 출연 의미
김 감독과 관계, 몰입에 도움
한국영화에 많이 출연하고파
영화 ‘원더랜드’는 배우 탕웨이(汤唯)가 선택한 세 번째 한국영화다. 2022년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그해 부일영화상 등 각종 유수 영화상을 휩쓴 그가 ‘만추’(2011)에 이어 다시 한번 김태용 감독과 합을 맞췄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땐 남남이었던 감독과 부부의 연을 맺었고, 여덟 살 딸을 둔 엄마가 됐다. 삶이 많이 달라진 만큼 이번 작품에선 부쩍 깊어진 탕웨이의 연기를 볼 수 있다.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과 익숙한 관계가 되면서 작품에 들어가는 시간이 짧아졌다”며 “좋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번 작품엔 탕웨이의 크고 작은 노력들이 곳곳에 묻어 있다. 배우 섭외를 앞장서서 도운 건 물론이고, 김 감독이 약 8년 전 AI 관련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부터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구체화했다. 탕웨이는 “저는 그분(김태용 감독)의 사고와 생각을 잘 안다”며 “우린 공통된 흥미와 관심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사람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건 행운”이라면서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가 마치 실험 대상이 된 것 같았다”고 했다. 탕웨이에게 김 감독이 “끊임없이 질문하는 배우”라고 말한 걸 전하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요? 감독님이 저한테 정말 많이 물어봤어요. 어릴 때 네 꿈이 뭐냐, 너라면 이 이야기를 어떻게 썼을 것 같냐, 같은 질문이요. 심지어 제가 말하는 걸 녹음하기도 했어요. 누가 누구한테 질문을 했다는 거죠!(웃음)”
탕웨이가 이 작품에서 맡은 ‘바이리’는 죽음을 앞두고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고 싶은 사람을 화상통화로 계속 만날 수 있다. 바이리는 자신이 떠나면 남겨질 어린 딸과 손녀를 홀로 키워야 하는 엄마를 위해 자신을 AI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극 중 모녀 3대로 이뤄진 바이리의 가족은 실제 탕웨이의 가족 관계와 비슷하다. 탕웨이는 외동딸이고, 탕웨이 딸 역시 외동딸이다. 그는 “저와 엄마, 그리고 딸의 관계가 영화 속 모습과 굉장히 비슷해서 자연스러운 몰입이 있었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AI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펼쳐나가는 영화”라며 “감독님은 마치 과학자처럼 꼼꼼하게 연구해서 그 결과를 영화에 다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감독님 옆에서 그가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는 모습을 봤어요. 예술가로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영화에 담아냈죠. 저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웃음)”
탕웨이는 앞으로 한국 작품에 더 많이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찍고 싶은 작품,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와 감독이 너무 많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어 실력을 더 향상시켜서 색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탕웨이는 “앞으로 제가 어떤 모습이 될지 저도 궁금하고 기대된다”면서 “쉬는 기간엔 차분히 에너지를 모으고, 그 에너지를 작품에 다 쏟아부으면서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