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은 왜 부산 도금 공장에 달려왔을까”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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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테네포럼 시민아카데미
기업인 등 11회 강의 책 펴내
상식을 깨는 시원한 이야기들

모모스커피 전주연 공동 대표가 ‘커피 도시’ 부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두두 제공 모모스커피 전주연 공동 대표가 ‘커피 도시’ 부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두두 제공

■기업가 정신, 도시의 영혼을 만들다/즐거운 작가들

6월인데 벌써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니 올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모르겠다. 아무리 더워도 부산은 바다가 있어서 견딜만하고 또 살만하다. 언젠가부터 바다를 보면서 부산은 괜찮은 기업만 있으면 정말 살기 좋은 도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부산은 도전과 개척정신이 충만한 도시였다.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방직을 비롯해 LG(락희화학공업사), CJ(제일제당), 대우(신진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모두 부산에서 태동했다.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인 부산테크노파크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유별난 기획을 했다. 지역의 인문사회단체와 힘을 합쳐 ‘부산아테네포럼 시민아카데미’를 열어 부산의 기업과 기업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지역 기업의 도전 정신과 혁신 과정을 살핀 것이다. <기업가 정신, 도시의 영혼을 만들다>는 2023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아테네학당에서 열린 총 11회의 강의를 기록했다. 배길남 소설가를 비롯한 다섯 명의 작가가 돌아가면서 직접 현장에서 강의를 들었고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의미를 되새기며 글로 남겼다. 그래서인지 값진 강의가 먹기 좋은 죽처럼 술술 소화가 된다.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처럼 상식을 깨뜨리는 이야기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도금은 생산 공정상 발생하는 악취와 폐수가 골칫거리인 3D산업으로만 생각했다.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 위치한 동아플레이팅은 누가 뭐래도 도금 공장이고, 이오선 대표는 무관한 보험소장 출신이었다. 100년 기업과 5성급 호텔 같은 도금 공장을 목표로 한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공장 현장에서는 젊음의 활기가 넘쳐나고, 무재해 목표가 2000일을 넘기고 3000일을 향해 달려간다. 삼성 이재용 회장이 취임하고 가장 먼저 찾은 회사가 동아플레이팅이었다니 그 비결이 궁금해진다.

청년들은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30대 초반의 소셜빈 김학수 대표 이야기가 가장 궁금할 것 같다. 그가 사업에 대해 처음 생각한 것이 열아홉 살 때라니 사업가는 확실히 싹수부터 다른 모양이다. 돈은 없었지만 6년 동안 국내외 박람회만 70곳 넘게 돌아다니며 많은 상품을 접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에 갔을 때는 사막에서 나무 기르는 기술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는 것에 꽂혔다. 위기나 약점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소셜빈은 고래식판 같은 유아용품이나 라이프스타일 관련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출산율이 너무 낮아 유아 제품을 만들면 전망이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사실은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게 더 많이 투자한다. 유아 시장의 확장력은 다른 시장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단다.

국립해양박물관 김태만 전 관장은 우리 기업가가 본받을 만한 중국의 ‘유상(儒商)’을 소개했다. 유상은 덕행과 문화적 소양을 가진 비즈니스맨이다. 엘리트 상인이고, 덕을 베풀 줄 알아야 하고, 문화적 소양이 충분한 사람이다. 또한 사회 발전을 위한 숭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대 중국의 유상 소일부(邵逸夫)는 중국 전역에 3만 개의 도서관과 박물관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그 배포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돈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강연자 모두가 기업가 일색이 아니어서 이 책은 더 맛깔난다. 맛칼럼니스트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도 나와 기업가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챙겨 준다. 부산로컬푸드랩 박상현 이사장은 “‘앙팡 테리블’ 외식 사업가들 중에는 흔히 말하는 명문대학을 나온 친구들이 하나도 없다.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다리가 외식업에는 아직까지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외식업에서 중요한 것은 노력과 절박함이다. 삶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빨간불이 올 때는 반짝반짝 빛나는 모모스커피 전주연 공동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부산테크노파크 김형균 원장은 “기업가 정신이 기업들만의 것이 아니라, 시민정신의 중요한 가치로 스며들어 혁신을 지향하는 도시의 영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도시의 영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좋은 기업이 있어야 젊은이들이 있다. 즐거운 작가들 엮음/부산테크노파크 기획/두두/272쪽/1만 9800원.


<기업가 정신, 도시의 영혼을 만들다> 표지. <기업가 정신, 도시의 영혼을 만들다>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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