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사고' 늘지만, 입증은 운전자 몫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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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까지 68건 '소송 봇물'
제조사 공식 인정 한 건도 없어

2022년 12월 강원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이뤄진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 연합뉴스 2022년 12월 강원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이뤄진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 연합뉴스

최근들어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가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제조·판매사들이 각종 소송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직까지 재판 등으로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가 없지만 운전자들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KG모빌리티(KGM)는 10일 2022년 발생한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재연시험 결과에 대해 “객관성이 결여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KGM은 “4월 강릉 도로에서 진행된 재연시험은 원고들이 제시한 조건으로 실시됐지만 가속 상황, 사건 차량과 시험 차량의 상이점, 도로 상황의 차이점 등 제반 조건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와 확인된 객관적인 데이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운전자가 약 35초간 모든 주행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100% 밟았다는 전제 아래 재연시험이 이뤄졌고, 실제 사고 구간은 오르막이지만 평지에서 시험이 진행됐다는 게 KGM의 주장이다.

당시 사고는 운전자가 KGM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티볼리 에어’를 몰던 중 발생했으며, 이 사고로 함께 타고 있던 운전자의 손자가 숨졌다. 이에 제조사인 KGM을 상대로 약 7억 6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볼보차코리아는 2020년 경기도 판교에서 발생한 자사의 중형 세단 ‘S60’의 급발진 의심 사건 1심 재판에서 패소한 운전자측이 항소, 2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사건의 원고(운전자)측은 지난달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당시 운전자는 경기 판교 한 아파트 상가 건물 앞 도로에서 갑자기 출발해 최대 시속 120km가 넘는 속도로 500m가량 운행하다 청소년수련관에 충돌해 중상을 입었다. 이에 운전자는 서울중앙지법에 볼보차코리아와 판매사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4월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또 지난해 10월 가수 설운도 가족이 탄 벤츠 차량이 식당으로 돌진해 행인과 식당 손님, 택시 기사 등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사건도 현재 급발진 여부를 놓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2021년 56건, 2022년 76건에 이어 지난해는 8월까지 집계만 68건에 달했다.

다만 급발진으로 공식 인정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행법상 사고 원인이 자동차 결함으로 의심될 경우 소비자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시 소비자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5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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