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보단 변호사” 로스쿨 시험 경쟁률 역대 최고
내년도 시험 1만 9400명 접수
첫 해 응시생 대비 77% 증가
정년 없는 안정적 직업 인식
취업 준비생·직장인 등 몰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후 올해 입학시험 경쟁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 준비생은 물론 직장인, 공무원 준비생 등이 고소득에다 정년이 없어 안정적인 법조인이 되기 위해 로스쿨 문을 두드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로스쿨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번 달 5일까지 진행된 2025학년도 로스쿨 입학시험(리트)에 1만 9400명이 접수했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총 2000명을 선발한다. 2025학년도 경쟁률은 거의 10대 1인 셈이다. 리트 시험 첫해인 2009학년도(1만 960명)와 비교하면 77% 늘었고, 가장 접수 인원이 적었던 2013학년도(7628명)보다는 2.5배나 많은 수치다.
리트 접수자는 10년 연속 증가세다. 2016학년도 8246명, 2019학년도 1만 502명, 2021학년도 1만 2244명, 2024학년도 1만 7360명을 기록했다.
대학 졸업 직후 바로 취업하는 경우가 줄면서 졸업생과 취업 준비생이 대거 로스쿨로 몰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공무원 연금개혁과 공직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식자 공시생과 직장인 등이 로스쿨로 몰린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국가공무원 9급 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은 2014년 64.6 대 1을 기록한 이래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다 2020년 37.2 대 1에 이어 올해는 21.8 대 1로 32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산에서 로스쿨 입학을 준비 중인 손 모(37) 씨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 입시를 준비 중인데, 해를 거듭할수록 로스쿨 입시가 치열해지는 것을 느낀다”며 “아무래도 청년 실업이 심해져서 안정적인 법조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로 직장인 중에서도 정년이 없어 안정적인 법조인이 되기 위해 로스쿨에 들어오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년째 이어지는 로스쿨 ‘반수’ 열풍도 한몫한다. 대형 로펌 입사를 희망하는 비수도권 로스쿨 재학생들의 수도권 로스쿨 ‘갈아타기’ 수요도 증가세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상위권 로스쿨에 들어가야 대형 로펌 입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 25개 로스쿨 중퇴생은 2020년도 180명, 2021년 195명, 2022년 236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 중퇴생이 가장 많은 로스쿨은 성균관대 48명, 부산대 47명, 전남대 46명, 경북대 45명, 한양대 39명, 이화여대 38명, 중앙대 36명 순이다.
법조인 선발 방식이 사법시험에서 로스쿨로 바뀐 후 순수 법학에 대한 위기론도 커진다. 로스쿨 도입 이후 전체 법학과 수가 감소했다. 연구의 장이 줄어들자 연구 교수가 설 곳이 사라지고 논문 수 역시 줄어든다. 2009년 로스쿨 도입 때 전국 209개였던 법학과 수는 2010년 190개, 2011년 185개로 감소하다 지난해는 117개로 많이 감소했다. 로스쿨이 없는 대학들이 법학과를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한 경찰행정학과, 공공인재학부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2009년 일반대학 법학과 졸업생은 8824명을 기록했다. 이후 2015년 7565명, 2016년 6490명, 2017년 5782명, 2018년 4969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2021년 4034명, 2022년 3874명, 지난해에는 2009년 대비 60.7% 감소한 3470명까지 줄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상위권 문과 학생의 경우 회계사나 변호사 등을 최고의 직군으로 희망하는데 로스쿨에만 들어가면 법조인이 될 수 있으니 이처럼 많이 몰리는 것 같다”며 “공무원 인기가 떨어진 데다 저출생 시대에 정년이 없는 변호사 자격증에 좀 더 목을 매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