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조례안 체계·자구 심사 기능 도입 ‘갑론을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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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회부 심사 방식 유사
타 법안 충돌 여부·문구 정확 따져
조례 남발 방지·질적 향상 공감대
동료 의원 발의 통과 관례 개선도

입법 지연 등 효율·신속성 저해
현 위원회 중심주의 위배 주장도

부산광역시의회 제321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가 지난 4일 본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광역시의회 제321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가 지난 4일 본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의회에서 조례안의 완결도를 높이기 위해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기능을 신설하는 방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전국 광역의회 가운데 체계·자구 심사가 이뤄지는 곳은 전무한 까닭이다.

부산시의회 내에서는 조례 남발을 막고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분위기다. 하지만 부산시의회는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또 다른 관문이 생김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존한다.

11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일현 의원(금정1)이 대표발의한 ‘부산시의회 의원입법정책 수행의 효율성 제고 등에 관한 조례’는 운영위원회에서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해당 안은 의원 발의 조례가 상임위원회 심사를 마친 뒤 법제운영위원회에서 체계와 자구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광역의회는 별도로 체계와 자구를 검토하는 기능을 두고 있지 않다.

반면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을 하였을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위헌이나 상위법 혹은 타 법안들과의 충돌 여부 등을 살펴보는 ‘체계’ 심사를 통해 법률 형식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고 ‘자구’ 심사로 법률 문구의 정확성, 용어의 적합성과 통일성 등을 갖추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산시의회에서 법제 심사 기능을 신설하는 안이 뜨거운 논제로 떠오른 것은 최근 조례 제정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접수된 의안 접수 건수를 보면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 2022년을 제외하면 △2020년 486건 △2021년 503건 △2022년 459건 △2023년 597건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전반기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의안 총 건수는 255건에 달한다. 이는 의원들의 과도한 입법 경쟁이 원인으로 꼽히며 이로 인해 조례 제정 후 사업이나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동료 의원이 발의한 조례를 무조건적으로 통과시키는 관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시의원은 “동료 의원의 조례를 심사한다는 데 대해 부담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실제로 9대 부산시의회 전반기에 심사가 보류된 조례는 손가락에 꼽을 수준이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법안 남발을 막고 법안의 사전적 위헌 심사와 다른 법률과의 상충 여부 등을 심사할 필요가 있으며 법제운영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옹호론이 존재한다.

하지만 법안의 ‘내용’에 관해 심사를 한다는 비판과 이 과정에서 체계, 자구 심사권이 입법을 지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반대 여론도 있다. 실제로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매번 기 싸움을 펼치는 것도 법안 최종 관문 자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또한 부산시의회가 채택하고 있는 위원회 중심주의에도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다. 부산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정해진 소관에 따라 소관 위원회에 속한 조례안의 내용을 ‘심사’, ‘의결’해야 하며 타 위원회는 다만 관련 위원회로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다른 광역의회에서도 있었다. 부산시의회 운영전문위원의 해당 조례안 검토 보고서를 살펴보면, 제주특별자치도와 경기도 등의 의회에서 비슷한 방안에 대한 검토가 있었으나 효율성 문제 등으로 논의가 중단됐다.

이처럼 법제운영위는 조례안 처리에 있어 효율성과 신속성을 저해하지만 조례안의 신뢰성과 완결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인 만큼 향후 숙의 과정이 다소 필요할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광역의회의 역할이 이전보다 중요해진 만큼 의원 개인이 수준 높은 조례를 발의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국회의원과 달리 보좌진이 없는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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