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의혹 솔솔… 이기대 아파트 ‘수상한 용적률’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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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2종 일반주거지역 부지
‘지구단위계획 의제’ 시 심의
최대 200% 용적률→250%로
도시건축공동위 자문도 생략
“난개발 방지 정책 악용” 비판

이기대 입구 부산 남구 용호동 973번지 일원 아이에스동서 아파트 부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이기대 입구 부산 남구 용호동 973번지 일원 아이에스동서 아파트 부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의 자산인 이기대공원 경관을 훼손하고 사유화하는 아이에스동서(주)의 고층 아파트 건립 계획(부산일보 6월 7일 자 1면 등 보도)이 일사천리로 추진된 배경에는 부산시와 남구청의 온갖 특혜와 편의 제공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남구청은 해당 사업부지에 대해 지구단위계획 구역 의제 처리를 가정해 이를 부산시 심의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2종 일반주거지역인 해당 부지는 최대 용적률 200%를 적용받지만 지구단위계획 구역이 되면 최대 2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아이에스동서는 지구단위계획 지정을 염두에 두고 각종 인센티브를 모두 끌어모아 용적률 250%까지 적용한 사업 계획을 냈다. 부산시는 아직 결정도 나지 않은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을 기정사실화해 건설사가 제시한 용적률 그대로 심의를 통과시켰다.

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는 지난 2월 아이에스동서(주)의 자회사 (주)엠엘씨의 남구 용호동 973 일원 개발 계획을 조건부 통과시켰다. 당시 용적률과 건폐율은 각각 249.99%, 59.86%로 적용됐다. 1000㎡가 넘는 2종 일반주거지역인 해당 부지에는 최대 200% 용적률까지만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시는 남구청이 지구단위계획 의제 처리를 해줘도 되겠다고 판단해 심의에 올렸고 시는 심의만 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같이 포함해서 신청했고, 남구청이 아파트 부지에 한해 지구단위계획 의제 처리를 하는 걸로 정해 시 심의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려면 주민 의견 청취, 도시계획위원회·건축위원회 심의, 고시, 일반열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의제 처리는 이를 생략하고 사업계획이 승인·고시된 경우 지구단위계획도 결정·고시된 것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통상 산업단지나 택지개발지구, 재정비촉진구역 등을 지정·고시할 때 의제 처리를 한다.

아이에스동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지구단위계획 의제 처리 시 선행돼야 할 부산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도 생략하는 ‘프리패스권’을 얻었다. 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 통합 심의에서 개발행위와 건축 심의를 받았다는 이유, 건축물 층수가 30층 미만이라는 이유 등에서였다. 결국 지난 2월 단 한 차례 열린 ‘식물 심의’가 면죄부가 됐다. 건설사에 엄청난 편의를 준 셈이다.

건축 전문가는 “지구단위계획 운용지침 등에 나온 규제 완화 조항은 ‘할 수 있다’인데 부산시는 마치 ‘해야 한다’라는 의무인 것처럼 사업자 편에 서서 모든 걸 풀어줬다”며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똑같이 2종 일반주거지역이지만 문화적 가치 보호를 위해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결정된 서구 비석마을 일대는 공공주택 최대 용적률이 180%로 적용됐다.

시 관계자는 “용적률은 남구청이 검토해서 올린 것”이라고 남구청에 공을 넘겼다. 반면 남구청은 지구단위계획 지정과 관련 “검토 중이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 행정 처리가 지구단위계획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며 감사나 수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지구단위계획은 공익 차원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계획이고, 그 지침을 잘 따랐을 때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건설사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방식으로 악용됐다는 취지다.

부산대 정주철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구단위계획은 난개발을 막고 주변 지역과 어울리게 계획을 짜도록 만든, 작은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공익적 차원의 도시설계 개념”이라면서 “해안 경관을 지키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하는 건데, 반대로 해안 경관을 파괴하는 난개발에 적용하는 건 본질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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