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나요?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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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갤러리 ‘Pit-a-Pat’전 개최
작가가 발견한 일상의 소중함
생명과 관계에 대한 사유 표현

이정윤 ‘사라지는 노래 살아지는 노래’. 김효정 기자 이정윤 ‘사라지는 노래 살아지는 노래’. 김효정 기자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 카린갤러리에서 ‘Pit-a-Pat’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제목은 뜻을 들으면 누구나 “아하!”라고 익숙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 심장이 두근두근하다는 뜻으로 노래 제목 혹은 가수 앨범 제목으로 많이 쓰는 단어이기도 하다. 인기 가수가 ‘나는 너의 피터팬! 내 심장은 피타팻’이라며 음율을 맞춰 부르던 후렴구도 기억난다.

이번 전시에는 7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왜 7인의 전시 제목이 ‘두근두근’일까. 기획자는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정말 일상으로 돌아가 잘 사는지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 두근두근을 뜻하는 제목은 무엇이 매일 당신을 설레게 하는지 묻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마스크로 여전히 얼굴을 가리고 싶은 이도, 팬데믹 후 마음이 다친 사람에게도 행복한 기운을 전해주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카린갤러리 지하 1층부터 3개층 전관은 싱그러운 작품들로 빛난다. 먼저 창문이 없는 컴컴한 지하 1층 공간에서 출발했다. 노출 콘크리트와 시멘트 바닥 중간에 딱 한 점만 설치했다. 강렬하게 눈길을 끄는 이 작품은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 설치미술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로도 유명한 이정윤 작가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연이 있다. 2020년 오랜 시간 공들여 일본의 니지마 글라스 아트센터와 협업 전시를 준비했다. 그러나 모두가 기억하듯 코로나19로 국경을 넘는 왕래가 끊겼고 공들인 기획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작가는 식물과 판유리를 함께 구워 흔적이 남은 그 유리들을 의자 몇 개에 덩그러니 흩뿌려 놓았다. ‘사라지는 노래 살아지는 노래’라는 작품이었다. 당시 각자 혼자로서 버텨야했던 시간에 대한 표현이었다.

그 때 전시한 판유리를 재료로 이번엔 아름다운 구조물이 탄생했다. 유리 패널은 식물의 모호한 흔적에 아름다운 색상이 입혀져 삶과 죽음을 통합된 이미지로 제시된다.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유리 구조물은 조명을 받아 빛난다. 판타지와 현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듯하다.


이지우 '저녁 못'. 카린 갤러리 제공 이지우 '저녁 못'. 카린 갤러리 제공

1층에 자리잡은 이지우 작가의 작품은 맑고 따뜻하다. 팬데믹 기간 색연필로 그림 일기를 쓰며 버텼고 그 때 색연필에 매료되었다. 유화와 아크릴로 회화를 그린 후 작가는 색연필로 다시 빛과 결을 살린다. 이지우 작가의 회화가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20대 후반의 젊은 작가지만, 그림은 마치 세계적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이 연상될 정도로 붓 터치와 색이 노련하다.


서안나 '아침식사'. 카린 갤러리 제공 서안나 '아침식사'. 카린 갤러리 제공
김옥정 '쓰다듬는 나무'. 카린 갤러리 제공 김옥정 '쓰다듬는 나무'. 카린 갤러리 제공

함께 사는 강아지와 고양이, 산책길에서 만나는 길고양이까지 동물이 등장하는 그림은 서안나 작가의 작품이다. 위로와 웃음이 되는 장면이 부드러운 화풍으로 묘사된다. 물감을 얇게 여러 번 올리는 작가의 기법은 회화를 따뜻하게 만든다.

김옥정 작가는 서 작가와 반대로 색을 여러 번 두껍게 덧칠해 입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추상적인 색채와 형태지만, 바람과 빛을 품은 자연이 고스란히 보이는 건 세상에 대한 작가의 다정한 태도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박세빈 'A glimpse of the unknown stories'. 카린 갤러리 제공 박세빈 'A glimpse of the unknown stories'. 카린 갤러리 제공

유수지 '별과 가족'. 카린 갤러리 제공 유수지 '별과 가족'. 카린 갤러리 제공

이소윤 'feather’. 카린 갤러리 제공 이소윤 'feather’. 카린 갤러리 제공

동양화를 전공하고 서양화 재료를 혼용해 상징적인 풍경을 그리는 박세빈 작가. 실제 풍경이 아니라 내면의 떠오르는 풍경을 주관적인 색채로 표현해 개성있는 작품이 완성된다.

인간보다 엄청나게 큰 별과 우주 공간 등 대상의 크기와 색, 형태를 자유롭게 묘사한 유수지 작가의 작품과 정원과 야생화 군락, 철새까지 자연을 추상으로 표현한 이소윤 작가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7월 21일까지 열리며 전시 공간이 넓어 자유롭게 3개 층을 돌아다니며 관람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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