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쓰지도 않은 원고가 컴퓨터에 있다니…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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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느와르 미스터리/박대겸

여름철엔 추리소설이 제격이다. 게다가 ‘부산+느와르+미스터리’ 아닌가. 제목만 보고 골랐는데 이 장편소설의 구성이 참으로 기이해서 한숨이 나온다. 언제 다 읽고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막막하다. 시간은 없지만 일단 자고 일어나 내일이 되면 어떻게 되어 있지 않을까.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의 시작이 그랬다. 원고가 펑크나기 일보 직전인 소설가가 모니터 앞에서 꿈을 꾸고 일어났더니 자신이 쓰지도 않은 원고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었다. 파일 이름이 ‘부산 느와르’였다.

마감에 어려움을 겪던 작가는 ‘꿈의 신 꿈의 왕’의 도움을 받아 소설을 이어간다. 소설가는 창조주가 되어서 피조물인 등장인물을 마음대로 다스리는 법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소설가가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되고, 소설은 그 영향으로 예정된 흐름이 흩트려져 다른 방향으로 달려간다. 대체 이 소설이 어떻게 마무리가 될 것인지 궁금하다. 다중우주를 소재로 다룬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을 보는 느낌이 이와 비슷했다.

부산이 고향인 작가는 배경을 모두 부산으로 설정했다. 익숙한 지명에 부산사람이라면 등장인물의 동선이 머리에 저절로 그려져 반갑다. 등장인물은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외국 이름을 가졌다. 이름이 다르니 느낌도 달라진다. 소설에는 크리스라는 기자가 단역으로 나오는데, 중간쯤부터 부산일보 신입 기자라고 소개된다. 소설가는 의식이동을 통해 크리스가 되어 사건이 진행되는데….

소설 속 세계는 일종의 평행세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터무니 없는 내용인데도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 좋아 흥미롭게 읽힌다. 의도대로 소설의 오락성이 잘 구현되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박대겸 지음/오러/480쪽/1만 8000원.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표지.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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