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장 갈등 ‘연장전’…13일 본회의 불발돼 시한 연장
국민의힘, 민주당 제시한 시한까지 7개 상임위원장 후보 명단 제출 안해
민주당은 “본회의 계속 미룰 수 없다”…국민의힘 “오만한 권력은 하루살이”
22대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여당 몫’ 상임위원장 선출이 다음 주로 미뤄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압박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3일 국회 본회의가 불발되면서 여야가 주말까지 시간을 벌었지만 최종 협상 결렬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한’으로 제시한 이날까지 여당 몫 상임위원장 후보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대신 민주당을 향해 ‘입법 독주’로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국회 관행을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여야가 모든 것을 협의해 합치에 이를 때 움직이는 것이 국회 관행”이라며 “이 관행이 무너지면 정권이 바뀔 정도로 큰 혼란과 뒤따르는 책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해 무소불위 힘을 갖추고는, 온갖 악법으로 의회 독재 체제를 철옹성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한 권력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압박했다. 유상범 비대위원은 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가동을 겨냥해 “겉으로는 민생 현안의 신속한 처리를 내세우지만, 실제 민주당 속내는 이재명 대표의 방탄 방어막을 구축해 수사와 재판 결과를 뒤집겠다는 심산”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원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아직 완료되지 않은 7곳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기회를 줬는데도 여당이 거부하는 걸 마냥 기다려 줄 수는 없다. 국회의장이 결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협상이 더 필요하다며 이날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의를 거부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의장이) 오늘 본회의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본회의 개최를 계속 미룰 수 없다면서 “후보자를 내라고 하면 우리 당은 7개 상임위 위원장 후보 명단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전체 상임위원장 독식’을 압박하자 국민의힘에서는 오히려 반발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미 주요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차지한 상황에서 남은 7개를 받아들이는 것은 야당의 독주에 들러리를 서는 것과 같다는 게 당 내부의 여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집권 여당이 국회 상임위 일정에 전면 불참하면서 대야 투쟁을 계속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독주에 맞서 당내 특위를 통해 민생을 챙기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에 대응하는 15개 특위를 구성, 관계부처 차관급을 불러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3일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위도 구성했다. 특위 위원장과 간사는 검사 출신인 유상범 의원과 주진우 의원이 각각 맡았다. 추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민주당이 입법부 파괴도 모자라, 사법부도 파괴하려고 들고일어나기에 우리가 전면 저지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특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특검법도 발의하고, 검사·판사 탄핵, 판사 선출제를 운운한다”면서 “법률 전문가인 의원들을 특위에 다 배치해 강력한 활동을 하겠다. 강력한 투쟁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추 원내대표는 ‘당 특위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특위는 국민이 공감하는 민생 정당, 유능하게 일하는 정책 정당으로 가기 위해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답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