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독립기념관을 낡은 미군 건물 속에?
박시환 푸르비아 건축사사무소 대표
독립정신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애국심, 불굴의 정신, 민족혼’ 등이며, 이러한 내용을 담는 그릇을 기념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조금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상으로 접근해 보자. 기독교 정신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 해답을 유럽에 있는 오래된 성당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건축으로 표현한 것이 성당이다. 그러면 성당의 특색에 해당하는 첨탑, 긴 회랑, 높은 천장, 스테인드글라스, 로즈창 등 많은 요소를 통합한 건축적인 공간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성당에서 나타나는 추상적인 개념을 건축적 현상에서 추출해 보면 성당이 있는 장소, 오래되고 튼튼한 구조, 하느님을 뜻하는 많은 상징물로 인해 영속성, 상징성, 장소성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부산독립기념관을 사용할 장소로 ‘시민공원 내 미군부대에서 사용하던 60년 된 옛 학교 건물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에서 말한 개념으로 새로 지어질 기념관을 미루어 보면, ‘영속성’의 측면에서 과연 유럽의 성당과 같은 내구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도달한다. 건축가들이 많이 쓰는 ‘구조, 기능, 미’라는 측면에서 보면 구조적으로 60년 된 건물은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기념관의 기능을 격자형의 학교 건물에 억지로 집어넣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에 도달한다. 그리고 미(美)는 가능성과 다양성을 제외한 격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상징성’ 측면에서 보면 독립의 뜻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립심을 나타내는 건물이라면 미군이 쓰던 건물을 재활용할 수 있을까? 민족의 얼, 뿌리를 나타내는 건물의 뼈대를 ‘미제’로 사용한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장소성’ 측면에서 장소가 갖는 고유의 혼, 개념이 있다고 본다면 현재 시민공원은 다른 검토한 장소보다 접근성이 좋은 이점이 있다. 그러나 미군에 의해 징집된 장소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백배 양보하여 미군의 부대의 장소도 원래 우리의 땅이라는 상식으로 감정을 좀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부산독립기념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건립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금은 국민들 각자가 내는 돈이므로 내 돈보다 더욱 아껴 써야 한다고 본다. 건축을 조각으로 비유해 설명하면, 독립 유공자의 인체를 조각화하는 작업에서 뼈대를 ‘미국의 잔재물’로 구성하고 독립운동을 이끈 지사, 역사, 애국심, 민족혼으로 살을 붙인다면 과연 이 조각이 독립 유공자라는 이름을 딴 작품으로 국민에게 내세울 수 있겠는가?
현재 부산독립기념관은 옛 미군이 쓰던 하야리아 부대이었던 부산 시민공원 내 시민 사랑채 건물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에도 드디어 독립기념관이 생긴다는 사실은 시민으로서 환영할 만한 사실이다. 독립정신으로 대변할 수 있는 애국심을 고취하고, 선조들의 나라를 위한 헌신 등을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장소가 확정되기까지 많은 노력과 의견수렴의 과정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시민공원을 접근성의 면에서는 최적지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일본군의 병참기지와 미군 기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그 역사적인 장소에 독립기념관이 자리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잡초와 같은 생명력으로 살아난다는 의미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는 시민공원의 본연의 기능을 살리자는 의미에서 미군 건물을 재활용하도록 되었다. 재활용한다는 의미에는 건물이 현재 가지고 있는 규모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건축적인 측면(구조, 기능, 미)을 고려할 때, 같은 규모를 한정하고 낡은 건물을 파괴하는 것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60년된 구조를 재활용하는 사고도 문제이지만, 구조 보강을 위해 들어가는 경비를 고려하고, 맞은 층고와 격자형을 감안하면 철거하고 독립한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