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넉 달 버텼는데 휴진 결의 절망적"
“누구도 환자 목소리 듣지 않아”
필수의료 정상 작동 법 마련 촉구
전국 주요 환자단체들의 의료계의 잇따른 집단 휴진 참여를 비판하며 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환자단체들은 “환자들은 이제 각자도생(生)을 넘어 각자도사(死)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일부 대학병원 노조는 대학병원 의사들의 휴진 동참으로 인한 진료 연기·예약 취소 등의 업무를 거부하고 나섰다.
92개 환자단체는 13일 오전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원의와 의대교수들의 집단 휴진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등은 “의협의 집단 휴진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등의 무기한 휴진 결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집단 휴진과 무기한 휴진 결의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들은 “지난 넉 달간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장기간 의료 공백으로 환자들은 큰 불안과 피해를 겪었다”며 “이제 막 사태 해결의 희망이 보이는 시점에 또다시 의료계의 집단 휴진 결의를 보며 참담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들은 “넉 달간의 의료 공백 기간을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했던 환자들에게 의료진의 연이은 집단 휴진·무기한 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라고 한탄했다.
환자 단체들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 비판했다. 단체 대표자들은 “정부와 의료계 어느 누구도 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며 “이 상황이 애초에 왜, 무엇을 위해 시작됐으며, 환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환자 단체들은 환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의료계 집단 휴진 등에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 지역 의대 노조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의료진의 집단 행동은 명분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정부가 의사들의 사직서 수리와 행정 조치 철회를 발표했음에도 집단 휴진을 강행하는 것은 명분을 상실한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의대 교수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진료 연기나 예약 취소 등의 업무를 모두 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노조 측은 “교수들이 동시에 집단 휴진에 돌입하는 날에는 3개 세브란스병원 1일 평균 외래환자 1만 7000여 명의 진료 예약은 미뤄지고,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500여 명의 수술은 연기되며, 3000여 명의 재원 환자는 불안한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들이 속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14일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의료계의 집단 휴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