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만 있고 외성은 없는 진주성…제 모습 찾자”
일제강점기 등 거치며 내외성 훼손 심각
내성은 복구…외성 복원 필요성도 제기
진주향당 토론회 개최…복원 방향 제시
진주성의 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진주성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외성은 사라졌고 내성만 남은 상태인데, 미래세대에 남겨주기 위해 원형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한국성곽연구소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성곽 유적은 총 2182건이다. 성곽을 따로 유적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성곽의 역사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 내·외부를 가르는 경계이자 전쟁 등 국가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일각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종교·생활 등 여러 분야의 가치가 중첩된 복합 문화유산이라는 말도 나온다.
임진왜란 3대첩 가운데 하나인 진주대첩의 현장, ‘진주성’ 역시 국내 대표적인 성곽 유적 가운데 하나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진주성 내에 경상우병영이 설치돼 군사적 요충지로 인정 받았다. 현재 사적 제118호로 지정돼 있으며, 촉석루와 서장대 등 경남도 지정 유산이 9건이 있을 정도로 문화유산 밀접도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현재 진주성은 원형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당초 내성과 외성으로 구분돼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파손됐다. 특히 외성은 1930년대 일제가 성 북쪽에 위치한 대사지(큰 연못)를 매립할 때, 성곽을 부숴 활용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1970년대 초 진주성 정화작업이 이뤄지면서 진주성 복원이 추진됐지만 내성에 그쳤다. 특히 발굴조사나 고증 없이 복원된 탓에 성벽에 축적된 시대별 토목기술의 특징도 상당수 사라졌다. 그나마 최근 역사학자들이 지적 원도를 바탕으로 외성과 진주목 관아지 위치 등을 규명한 것이 성과다.
이에 지역사회와 학계에서는 진주성의 제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주성의 가치와 의미가 큰 데다, 현대기술과 접목한 관광콘텐츠 등을 만들면 원도심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지역 역사·문화 연구 단체, ‘진주향당(상임대표 이선규)’이 지난 12일 개최한 <진주성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이 주를 이뤘다. 먼저 심광주 한국성곽연구소장은 “진주성은 조선시대에 이미 견고하고 완전무결함에 있어 당대 최고의 성으로 인정받고 있었다”며 진주성의 역사와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이어 “다행히 진주성 정화 사업을 통해 내성을 복원했다. 향후 과제는 진주성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다. 진주성의 역사경관과 자연경관의 가치를 인식하고 조선시대 대표적인 성곽도시에 걸맞도록 원형경관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경규 진주향당 상임고문도 진주성 외성 찾기 등 원형 복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상임고문은 “진주성 외성 찾기는 복원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진주성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회복하고 진주 관광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장 복원이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이뤄진 발굴조사 등을 토대로 우선 진주성 남문만 복원하고, 그 외에는 진주성 외성이 있었음을 입증할 표지판 등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장대 추정지(대흥주차장 인근), 신북문 추정지(기업은행 터), 외성 북벽 추정지(진주우체국 앞 도로), 구북문 추정지(진주문화원) 역시 표지판 설치 대상지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본래 진주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3D와 AR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로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주성 원형 찾기를 위해 황 상임고문은 ‘진주성 원형 찾기 범시민 추진위원회’ 결성, 진주성종합정비계획 재정비, 역사 도심 특별지원 조례 제정, 진주성 성곽축제 개최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진주시도 진주성 원형 찾기에 힘을 싣고 있다. 시는 지난해 진주성을 활용한 진주 관광미래 100년 장기계획인 ‘진주성 외성 찾기 프로젝트 학술용역’을 진행했으며, 진주성 종합정비 계획에 선화당(관찰사가 업무를 처리하던 중심 공간) 복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걸로 알려졌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