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오인 신고·허위 테러 예고, 행정력 낭비 어쩌나
부산 도시철도 운행 중단시킨
구남역 의심 물체는 교과도구
“전국 100여 곳에 폭발물 설치”
거짓 메일에 부산대 등 수색도
부산 도시철도에서 폭발물 의심 신고로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소동이 일어났다. 앞서 부산·울산·경남을 포함한 전국 대학과 병원, 공공기관 등에 폭발물 테러를 하겠다는 예고도 있었다. 허위 신고에 경찰과 소방당국 등 행정력이 낭비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하는 실정이다.
16일 부산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2시 46분 부산도시철도 2호선 구남역에서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가 접수된 후 도시철도 2호선 전체가 30분 넘게 운행을 중단했다. 2호선은 이날 오후 3시 20분께 운행을 재개했지만, 열차들은 오후 4시 30분까지 구남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현장에 출동한 군대와 경찰이 조사한 결과 폭발물 의심 물체는 소금물 연료전지 시계로 확인됐다. 기구 중앙부에 시계처럼 생긴 타이머가 있고 전선으로 원통형 저장 용기가 연결된 형태였다. 흔히 중·고교 과학 교과 도구로 사용된다.
신고를 한 승객은 역무원에게 승강장 의자 뒤편에 폭발물로 보이는 물건이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계 타이머와 전선, 액체 저장 용기가 있어 폭탄처럼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얼핏 봤을 때 폭발물로 보일 법한 형태”라며 “현장에서 안전 우려와 혼선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열차가 멈추면서 승객들은 전동차에서 수십 분 동안 기다려야 했다. 운행이 지연되면서 결국 무더위 속에 다른 교통편으로 갈아타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지난 14일에는 부울경 등 전국 곳곳에서 폭발물 테러 예고도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유실물센터 직원은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전국 대학, 병원, 공공기관 등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아 신고했다. 부산대와 부산대병원뿐 아니라 경남도청과 울산대병원 등에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수신처에는 전국 100여 개 기관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부산대에서만 전체 건물 121곳에 대한 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그날 오후 2시 30분에 부산대 건물 전체 수색을 마쳤다”며 “다행히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남도청이나 울산대병원 등에서도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테러 예고로 경찰 기동대, 소방대원 등이 출동하면서 결국 막대한 행정력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국 대학, 병원, 공공기관 등을 찾은 이용객들은 불안에 떨었고, 불편함도 상당했다. 전국적인 테러 예고가 있던 다음 날 중·고교 과학 교과 도구가 폭발물로 오인되면서 도시철도 승객들도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특히 폭발물로 오인된 소금물 연료전지 시계는 설치를 한 게 아니라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1차로 확인한 결과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인다”며 “물건을 놓고 간 사람을 특정해도 바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