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독하고 오래간다…역대급 고수온 예고에 밤잠 설치는 어민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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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과원, 올여름 평년 보다 1~1.5도 ↑
일주일 빨리 특보 발혀 한달 이상 지속
지난해 역대 최악 고수온 피해 어민들
때 이른 폭염에 “어떻게 버티나” 한숨

17일 오전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본격적인 수온 상승기를 앞두고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17일 오전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본격적인 수온 상승기를 앞두고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제발 올해는 조용히 지나가 주면 좋으련만…”. 17일 오전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몰려든 구름 떼가 햇볕을 가렸는데도 한증막 같은 열기는 여전하다. 가두리 양식장 뗏목 위를 한바퀴 돌자 웃옷이 땀으로 흥근해진다.

“또 올랐네”. 24.3℃. 디지털 수온계 모니터를 주시하던 어장주 얼굴이 순간 일그러진다. 작년 여름 애지중지 키운 우럭(조피볼락) 수만 마리가 하룻밤 사이 떼죽음했던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장주는 “수온은 이미 작년 7월 초에 근접했다”면서 “벌써 이런데 한여름은 어떻게 버텨낼지 앞이 캄캄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본격적인 여름 나기에 나선 경남 남해안 양식 어민들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역대 최악의 고수온 피해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황에 작년보다 독한 이상 고온 현상이 예고된 탓이다. 때 이른 폭염에 바다도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어민들은 벌써 밤잠을 설치고 있다.

17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여름 남해안 수온은 냉수대 세력 약화와 엘니뇨 소멸에 따른 북태평양고기압 강화‧확장 여파로 평년대비 1~1.5℃ 내외로 높게 형성될 전망이다. 고수온 특보도 작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라진 6월 하순 발효돼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수온 특보는 수온 상승이 예상될 때 ‘예비주의보’로 시작해 폐사 한계인 28도를 넘어서면 ‘주의보’로 대체된다. 이후 주의보 상태가 3일 이상 지속되면 ‘경보’로 격상한다.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 연안 수온은 현재 20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해역은 24도를 웃돌고 있다.

양식 어류는 통상 경보 환경에서 3일 이상 노출되면 폐사한다. 설상가상 경남 앞바다에서 사육 중인 양식 어류의 절반 이상이 고수온에 취약한 한류성 어종이다. 전체 2억 900만여 마리중 1억 3000만여 마리가 찬물을 좋아하는 우럭(조피볼락)과 숭어다. 참돔, 감성돔, 돌돔 같은 돔류는 난류성이라 그나마 버티지만 이 돔들 역시, 30도를 웃도는 고수온엔 속수무책이다.

도내에선 2012년 처음 고수온 집단폐사 피해가 집계된 이후 매년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특히 지난해는 1500만 마리가 떼죽음해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피해 어종 대부분은 우럭이었다. 고수온이 ‘붉은 재앙’ 적조 못지않은 골칫거리가 돼버린 것이다.

17일 오전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본격적인 수온 상승기를 앞두고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17일 오전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본격적인 수온 상승기를 앞두고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피해 예방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는 적정 수온 유지가 가능한 해역으로 양식장을 통째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내만 곳곳이 양식시설로 포화상태라 옮길 해역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설령 좋은 자리를 확보해도 실행은 또 다른 난제다. 불볕더위에 어류 체력과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이동 과정에 받는 스트레스와 급격한 환경 변화를 버텨내기 어렵다. 수온 1도는 육상 기온 5도 이상에 맞는 변화로 해양 생물에 치명적이라 자칫 추가 폐사를 유발할 수 있다.

경남도는 연안 시·군과 협력해 ‘고수온 비상 대책 상황실’을 꾸리고 재해대책명령서를 발급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또 피해 제로화를 목표로 취약 해역 양식장에 면역증강제, 저층해수공급장치, 산소발생기 등 대응 장비를 보급하고 실시간 수온 정보를 공유하며 예방에 집중할 계획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상시 모니터링과 현장 지도를 통한 초기 대응에 전력을 쏟을 방침”이라며 “어민들도 양식장 관리에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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