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오사카행 11시간 지연, 배후엔 국토부 운수권 몰아주기?
동유럽행 기체 고장에 ‘돌려막기’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시키려
능력 안 되는 LCC에 운수권 배정
이용객 피해 방지 법안 제정 시급
티웨이항공의 ‘오사카행 11시간 지연’ 사태와 관련 정부의 ‘운수권 배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저비용항공사(LCC)에 배분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LCC가 ‘장거리 노선 운항 능력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된 에어부산의 성장 동력 상실 문제도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발생한 티웨이항공의 오사카행 11시간 지연과 관련, 항공업계에선 “기재(항공기)가 적은 LCC의 장거리 운항 능력 한계가 드러난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항공사(FSC)에 비해 보유 항공기가 적은 LCC가 장거리 노선을 운영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가 이번 사건으로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여유 기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티웨이항공이 ‘항공기 돌려막기’를 했고 결국 근거리 노선 승객만 피해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웨이항공은 당초 오사카행 기재 HL8501에서 결함이 발견돼 지연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일본 오사카로 배정됐던 항공기는 HL8501이 아닌 HL8500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출발할 예정이던 HL8501이 기체 결함으로 출발이 계속 지연되자, 항공기 바꿔치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기재 부족 문제를 드러낸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수혜 회사’로 분류된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합병 승인 조건으로 유럽 4개 노선 독점 해소를 요구하면서 티웨이항공은 유럽 4개 노선(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운수권과 슬롯을 이관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특정 LCC에 집중된 운수권 배분으로 소비자 후생은 오히려 나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항공교통 이용자 권익 보호 강화를 위한 항공사업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17일 “항공사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부의 묻지마 운수권 배분, 불공정 배분이 수년째 견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 능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국토교통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지난 수년간 운수권 배분이 항공사 합병으로 인해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비판도 많은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한 운수권 배분과 관련해선 에어부산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여서 합병으로 인한 장거리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경쟁 LCC가 중장거리 운수권 확보로 취항 지역을 늘리는 동안 에어부산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까지 수년간 단 한 건의 운수권도 배분받지 못하다가 올해 발리, 자카르타 운수권을 받아 상대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 “합병 심사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대한항공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다. 대한항공은 에어인천과 계약 조건을 협의한 후 7월 중 매각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이후 유럽 경쟁당국의 심사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에어부산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과 마찬가지로 매각될 경우 유럽 경쟁당국 심사에 도움을 주는 요소로 분류된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은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