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추진’ 부산시와 ‘신중 추진’ 경남도…온도 차 속 일단 공론장 연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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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행정통합안 9월 발표

작년 여론조사 이해도 미비 보완
기대효과 제시 시도민 동의 도출
연방제급 권한 이양 특별법 추진
민주 메가시티 재추진엔 선 그어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17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미래 도약과 상생 발전을 위한 부산-경남 공동합의문’을 채택한 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17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미래 도약과 상생 발전을 위한 부산-경남 공동합의문’을 채택한 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17일 회동을 갖고 부산·경남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하면서, 지난해 시도민 여론조사 이후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적인 공론의 장에 올라섰다. 양 지자체가 오는 9월 행정통합안 마련과 함께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해 내년 3월 시도민 여론조사를 시행한다는 ‘통합 로드맵’을 확정지으면서 지지부진했던 통합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정통합이 단순히 두 지자체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650만 명 인구에 지역 내 총생산이 200조에 달하는 초광역 자치단체를 출범시키는 데 있는 만큼 선결 과제가 적지 않다.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수도권과 양립하는 남부권 거점 축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분명한 만큼 정밀한 통합 모델 수립과 특별법을 통한 위상 정립, 파격적인 권한 이양 등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간 행정통합에 부정적이었던 양 시도민의 동의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통합 실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2022년 10월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이 무산된 후 박 지사가 제안하고 박 시장이 수용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5~6월 실시한 시도민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동력이 약화한 상태다. 특히 ‘부산 빨대효과’를 우려한 경남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양 시도는 이날 공동합의를 통해 행정통합 추진 절차와 체계를 마련하는 등 보다 정밀한 통합안을 토대로 공론화 절차를 거쳐 시도민 의사를 다시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시장은 “부산·경남연구원이 기존에 국내에서 논의됐던 모델과 해외 사례를 포함해 통합안을 검토하고 있고, 현재 복수의 안을 마련해 가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높게 나온 것은 70% 가까운 시도민들이 행정통합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인데, 통합안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주민들의 태도도 상당히 변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구·경북과 대전·세종·충청권 등 전국 지자체들이 행정통합 선점 경쟁에 나선 가운데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대한민국 제2 중심축 구축이라는 부울경 공동 비전 실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양 시도는 통합 여론조사에 앞서 통합자치단체가 연방제 주(州)에 준하는 자치권과 재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 지사는 “지방자치 재정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사무적인 권한이나 기능이 주어져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부산·경남에서 거두고 있는 국세의 일정 수준 이상을 통합자치단체가 집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권을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방제에 준하는 이 같은 파격적인 권한 이양은 그간 유례가 없었던 만큼 중앙정부와의 순탄한 협상을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과의 공조 등 치밀한 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두 단체장은 최근 지역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점화하고 있는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행정통합 논의에 울산시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지사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려면 부산·울산·경남이 하나가 돼야 한다”며 “일차적으로 부산과 경남이 행정통합 논의를 하지만, 장기적으로 울산시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시는 최근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과 별개로 울산·경주·포항 간의 해오름동맹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두 단체장은 행정통합 속도론을 두고서는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 시장이 신속한 논의를 통한 속도감 있는 통합 추진을 역설한 반면, 박 지사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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