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김해경전철 삼계동 임시승강장 신설 공수표 우려
용역만 18개월 소요, 무산 가능성도
전문가 “편의·안전·비용 측면 부적합”
신설해도 1시간에 3~4대 배차 문제
부산김해경전철 삼계동 임시승강장 신설이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 중이다. 지난 2월 홍태용 김해시장이 직접 나서 이르면 2년 이내 개통을 약속했지만, 아직 기본설계 용역도 착수하지 못했다. 해당 용역 결과에 따라 신설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돼 난항이 예상된다.
경남 김해시는 다음 달 경전철 삼계동 임시승강장 신설에 대한 기본설계 용역에 착수한다고 18일 밝혔다. 임시승강장은 지난 총선에서 여야 후보 공약으로 등장해 이슈로 떠올랐다. 경제성이 부족해 답보상태에 빠진 기존 정규역사를 대신해 임시승강장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당시 여당 후보는 임시승강장 신설을 주장했고 야당 후보는 정규역사 신설을 고수해 대립각을 세웠다. 이때 홍 시장은 여당 후보 편에 서서 힘을 실었다.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 김해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승강장을 이르면 2년 안에 개통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설역사 위치는 삼계동 기지창 안이 될 전망이다. 홍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도 의정부시 경전철을 벤치마킹했다며 가야대역과 기지창 사이 구간에 기관사를 투입해 수동으로 조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전 구간 무인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시는 기자회견 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사업 타당성 용역도 발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 비용도 40억~50억 원에서 100억 원대로 급증했다.
시민안전국 관계자는 “다음 달 용역착수보고회를 연다.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용역에 각각 9개월, 총 18개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건설과 시운전 등을 고려하면 개통에는 3년가량 걸릴 것”이라며 “용역비만 7억 5000만 원으로, 총사업비는 100억 원 이내를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삼계역 신설에 있어 더 큰 문제는 사실상 사업 추진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시민안전국 관계자는 “사업 추진 여부는 기본설계 용역 후 결정된다. 안전과 비용 등이 문제가 되면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며 “임시승강장 개통 시 해당 구간 배차간격도 달라진다. 수동 운행으로 기존 5~6분에 1대 운행에서 1시간에 3~4대 운행으로 변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시는 경전철 김해지역 종점이 있는 삼계동 인근에 6000여 세대 규모의 공동주택 단지가 들어서면서 새 역사 신설을 추진해 왔다. 2017년과 2022년 각각 한국종합기술과 현대로템을 통해 신설역사 타당성 조사·시스템 분야 안전성 검토 등 2차례 용역을 진행했다. 용역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기준치인 1을 충족시키지 못해 사업 타당성을 확보에 실패했다. 이후 2021년 기획재정부 산하 KDI 한국개발연구원에 적격성 재조사를 신청했으나 지난해 1월 조사 결과도 사업 타당성 B/C값이 0.42로 나왔다. 사업비는 424억 원으로 추정됐다.
도시철도 전문가들도 경전철 삼계동 임시승강장 신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시민 편의와 안전성, 비용 부담 측면을 고려하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업계 전문가는 “결국은 비용 대비 편익 문제다”며 “물리적으로 역사를 하나 세우는 수준이 아니다. 현재 캐나다 업체의 신호시스템을 사용해 무인 시스템으로 운행 중인데, 역이 하나 들어가면 전체 신호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예상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새로운 곳에 역사를 세워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이용객도 생각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 역사만 추가한다면 배차 간격이 길어지고 기관사 인건비 등 비용이 들어 기존 적자 운영에 부담을 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