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부흐빈더, 설레는 부산 첫 만남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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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5번
직접 지휘하면서 피아노 협연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부산문화회관 제공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부산문화회관 제공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를 지휘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부산문화회관 제공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를 지휘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부산문화회관 제공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8)가 오는 29일 부산 무대에 선다. 2012년 첫 내한 이후 아홉 번째로, 부산 공연은 처음이다. 피아노 연주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지휘도 직접 한다.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이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답게 이번 무대에서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과 5번을 들려준다. 3번은 베토벤의 유일한 단조 협주곡이자 자신의 음악적 색깔과 표현을 확장한 시작점에 있다고 평가받는 곡이다. 젊은 나이에 청력을 상실하고 절망에 빠진 베토벤이 슬럼프를 딛고 일어나 쓴 작품인 만큼 베토벤 자신도 1번과 2번보다 훨씬 마음에 들어했다고 전해진다. 베토벤 마지막 협주곡 5번은 ‘황제’ 혹은 ‘황제 협주곡’이라는 부제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은 관현악기들이 연주한 단 하나의 화음 직후 곧바로 피아노 카덴차가 등장한다. 베토벤은, 일반적으로 협주곡의 1악장 마지막에 위치시키는, 자신의 기량을 나타내는 독주 파트 부분인 카덴차를 맨 앞에 오게 했다. 끝없는 실험을 했던 것이다. 게다가 교향곡과 같은 장엄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사용되고 울림이 가득한 피아노 표현으로, ‘교향적 협주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부산 공연에 앞서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이틀에 걸쳐 연주한다. 수년간 한국 관객과 함께 걸어온 베토벤 대장정의 피날레이자 베토벤이라는 정상 등반의 완성인 셈이다.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부산문화회관 제공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흐빈더는 베토벤을 ‘위대한 혁명가’라고 말한다.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에서의 피아노가 단순히 협주 악기를 넘어 오케스트라와 동등한 위치에서 교향악적인 존재감을 인정받게 한 장본인이다. 베토벤 작품에 대한 그의 해석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혁신적이고, 악보에 충실하면서도 자유롭고, 정확하면서도 편협하지 않다. 부흐빈더의 해석이 베토벤 연주의 표본으로 여겨질 정도다. 원전(原典)을 중시하는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의 서로 다른 편집본을 소장하고 있고, 모든 판본을 비교하고 분석해 자신만의 해석을 찾았다. 그 결과, 세계 각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60회 이상 연주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갖게 되었다.

부흐빈더는 2014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집 앨범(소니)을 냈다. 2021년에는 넬손스, 얀손스, 게르기예프, 틸레만, 무티 등 각기 다른 지휘자·악단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집을 DG 레이블로 발매했다.

2021년에는 도이치 그라모폰과 함께 부흐빈더의 75번째 생일을 앞두고 그가 가장 최근에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과 피아노 협주곡 5곡 전곡이 수록된 기념비적인 음반 ‘부흐빈더: 베토벤 에디션’을 발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를 지휘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부산문화회관 제공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를 지휘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흐빈더와 함께 한국을 찾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현존 최고의 실내악단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아오는 단체로, 1956년 창단된 유서 깊은 악단이다. 초창기부터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볼프강 슈나이더한과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 루돌프 바움가르트너의 조련을 받아 정밀하고 따뜻한 사운드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도즈가 악장을 겸하며 이끌고 있다. ▶루돌프 부흐빈더&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29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VIP석 15만 원, R석 12만 원, S석 9만 원, A석 6만 원. 문의 051-607-6000(ARS 1번).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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