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한국에 아름다운 정원이 이렇게 많았다니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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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위로 / 김선미

언제부터인가 순천을 생각하면 순천만 정원이 먼저 떠오른다. 실제 차가 달리던 4차로 아스팔트 도로 위에 잔디를 깔아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그린아일랜드’는 지금 생각해도 신통방통하다. 생각만 바꾸면 차도를 정원으로 바꿀 수 있다. <정원의 위로>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해외의 유명 정원 못지않게 아름다운 정원이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가 그동안 방문한 수많은 개인 정원, 서울과 지방의 수목원, 대형 국가정원 가운데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녹아 있는 24곳을 선정해 이 책에 담았다. 그 중 제주 스누피가든, 순천만국가정원, 태화강국가정원, 경북 군위의 사유원 등 가 본 곳도 있다. 하지만 안 가 본 곳이 훨씬 많아 다음 여행지로 챙겨 두게 된다.

조경을 ‘땅에 쓰는 시’라고 하는 정영선 조경가 이야기가 곳곳에 들어 있다. 그가 만든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 앞마당인 ‘희원’은 계절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시적 풍경으로 보여주는 최고의 정원이라고 한다. 역시 그가 손댄 선유도공원은 ‘공원은 말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긴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니 더욱 궁금해진다. 풀과 돌이 주인공이라는 제주도 이끼 정원 ‘베케’에도 가 보고 싶다.

이 책은 치유력이 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그런 공간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정원이야말로 문학, 예술, 자연, 산업, 과학,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통섭의 장소다. 무엇보다 마음의 부유물을 걷어내고 나 자신과 고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생명의 공간이다”라고 말한다. 다가오는 여름휴가에는 전국의 정원을 찾아다녀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랑할 만한 정원이 부산에 아직 없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 김선미 지음/민음사/476쪽/2만 5000원.


<정원의 위로> 표지. <정원의 위로>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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