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아름다움의 정체는? 제 눈에 안경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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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의 사라진 팔 / 비렌 스와미

<비너스의 사라진 팔> 표지. <비너스의 사라진 팔> 표지.

수지와 한소희 중 누가 더 예쁜가. 1820년 4월 8일, 그리스의 밀로스섬에서 한 농부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로마 신화의 비너스) 대리석 조각상을 발견한다. 그 유명한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밀로의 비너스다. 비너스는 발견된 이후 서구 사회의 아름다움의 상징이 됐다. 그럼 비너스는 수지, 한소희보다 더 예쁜가. <비너스의 사라진 팔>은 영국의 심리학 교수인 저자가 비너스를 동반자 삼아 도대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욕구다. 중년 아저씨도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호불호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럴진대, 저자에 앞서 ‘아름다움’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애쓴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은 당연한 거다.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비례와 대칭, 황금비율과 같은 숫자들이다. 이를 잘 갖추면 미적 만족감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그러나 왜 사람들이 비례와 대칭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저자는 인체 비율, 진화 심리학, 유전자, 미학사 등을 두루 살펴 아름다움을 쫓는다. 그리고 아름다움의 ‘신화’는 특정한 정치·경제적 사회 양식에서 비롯됐다고 결론 내린다. 나일강 상류의 한 부족은 짐승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앞니 네 개를 부러뜨린다. 유럽인의 눈에는 흉측하다. 하지만 그들이 (앞니가 있는) 유럽인을 보면 “저 거대한 이빨을 보라”고 소리 지른다.

뻔한 결론보다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말한다. “아름다움은 불완전함 속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가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보인다.” 결국 ‘제 눈에 안경’이다. 윤종신의 ‘내사랑 못난이’를 모처럼 생각나게 하는 책. ‘하지만 나에겐 누구나 말리는 못생긴 여자친구 하나 있지~.’ 비렌 스와미 지음/유강은 옮김/이데아/304쪽/2만 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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