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경쟁 4인 각축전…"한동훈 정치력 시험대"
한동훈·나경원·원희룡·윤상현 출마 전망
20일 원희룡 첫 공개 출마 선언
이번 주 내 주자들 잇따라 출마 결단
중진급 대거 출마에 지지세 확장 관건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에 인지도와 중량감을 갖춘 인사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7·23 전당대회’의 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시작으로 한동훈·나경원·윤상현 3인의 출마 선언이 임박하면서 당권레이스가 4인 각축전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원 전 장관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 가운데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것은 원 전 장관이 처음이다. 그는 ‘당정일체론’을 앞세우면서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원 전 장관은 국토부 장관 재임 시절 강단 있는 정책 추진력으로 인지도를 높였고, 4·10 총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명룡대전'을 펼치며 정치적 체급을 키웠다. 원 전 장관이 이날 내세운 당정일체론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불화설이 불거졌던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5선) 의원은 오는 21일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험지인 수도권에서 당선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윤 의원 역시 당내 세 확장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한 전 위원장은 오는 23일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다. 한 전 위원장은 측근들에게 “이번에 잘 할 수 있다. 잘해서 보수 정권을 재창출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원외한계론’ 공세가 이어졌던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역 의원 지지세를 넓히는 데 방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광재 대변인 등 일부 인사들이 당직을 사퇴하고 한 전 위원장 측에 합류하는 등 캠프 몸집을 키우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인 장동혁 의원은 7·23 전당대회에 대해 “구도를 봤을 때 지난번 전당대회만큼 조직의 힘이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며 “전대 과정에서 어떻게든 그런 힘도 모으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게 한 전 위원장의 또 하나의 숙제”라고 말했다.
한동훈·나경원 2인 양강 구도 분위기에서 원희룡·윤상현 참전으로 판이 커지면서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제각각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이날 원 전 장관이 출마 선언한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다른 후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원 전 장관을 친윤계 후보로 내세워 한 전 위원장에게 우회적으로 메시를 준 것이라는 주장이다.
향후 친윤계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철규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핵심은 4·10 총선 이후 한 전 위원장과 노골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일부 신경전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이에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계가 특정 후보를 밀어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전 장관이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면 한 전 위원장을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원 전 장관은 앞서 김건희 여사 관련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전면에서 방어한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에 대응해 원 전 장관이 나 의원과 연합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나 의원은 친윤계와의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저는 오직 친 국민, 친 대한민국일 뿐”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당내에선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이 손을 잡고 1차 투표에서 한 전 위원장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고, 결선 투표에서 ‘친한 대 반한’ 구도를 만들어 한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선출을 저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 관계자는 “당초 전당대회 컨벤션효과 실종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국민 관심도 따라붙게 됐다”며 “한 전 위원장의 정치적 시험대는 이번 전당대회부터”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