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부동산PF 자기 돈은 3%…한탕주의 팽배”
선진국 자기자본 30~40%
우리나라는 97% 은행 대출
건설사 등 3자 보증 폐지해야
우리나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건설사가 겨우 3% 돈만 가지고 나머지는 모두 빚으로 충당하는 것이 현재의 PF 위기 근본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한탕을 노리는 행태가 나타나고 수많은 영세 시행사가 난립한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순주 연구위원은 20일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부동산 PF란 빌딩이나 주택 등 부동산 사업을 할 때 은행이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법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돈을 땡겨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다 위기에 처한 경우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2019년에 100조원 미만이었던 PF 익스포저(대출+보증)은 4년만에 160조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20개 이상의 종합건설사가 파산하기도 했다. 이같은 부동산 PF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과거 십수년간 고질적으로 반복돼왔다.
이에 대해 KDI는 “근본원인은 자기자본은 낮고 보증은 높은데 있다”고 진단했다.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총 사업비의 3%에 불과한 돈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빚을 낸다.
최근 3년 내(2021~23년) 추진된 PF사업장 300여 개 재무구조를 분석하니, 총사업비는 1곳당 평균 3749억원이었지만 시행사는 118억원만 투입하고 3631억원은 돈을 빌렸다. 특히 지방(2.3%)은 수도권(3.9%)보다 자기자본이 더 낮았다.
통상 이런 경우 은행은 돈을 안빌려준다. 그러나 시행사로부터 공사계약을 수주한 건설사가 PF대출 상환을 보증하며 책임준공확약이라는 약정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건물을 준공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동산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30~40%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PF대출을 취급할 때 자기자본이 33% 이상될 것을 요구한다. 일본 네덜란드 호주에서도 자기자본비율은 30~40%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기자본이 극히 낮아 소위 한탕을 노리는 행태가 나타나고 수많은 영세 시행사가 난립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2020년 기준 등록된 시행사는 무려 6만개 이상이다.
부동산 사업은 고위험 사업이므로 사업성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은행은 거액을 빌려주면서도 보증을 받고 책임준공확약을 받기 때문에 사업성을 평가할 필요가 없다.
KDI는 원인이 명확한만큼 개선방향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등 제3자 보증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은행이 돈을 빌려줄때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REITs)를 적극 활용하자는 제언도 내놨다.
우리나라도 소규모로 출발한 후 재벌로 성장한 대형 시행사가 있고 대기업집단의 계열 시행사도 존재한다.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사의 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