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디올, 안 살 테다!”
유통가에서 명품을 지칭하는 영어 표현이 ‘럭셔리 굿즈’(luxury goods)라고 한다. 당혹스럽다. ‘럭셔리’는 호화로워서 사치스럽다는 뜻. 그렇다면 명품은 곧 사치품이란 말이다. ‘장인의 솜씨가 발휘돼 특출난 물건이나 작품’이어야 할 명품(名品)이 사치품이라니!
지금 시중에서 쓰이는 ‘명품’은 백화점 등 기업들이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명품’은 이제 그 본래의 뜻에서 꽤 멀어진 별도의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공식 자료에 ‘명품’ 대신 ‘해외 유명 상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중에겐 별다른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노골적인 마케팅 시도가 먹혀든 셈이다.
그래서인지 명품을 소비하는 행태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줏대 없이 돈 뿌리고 다니는 천박한 허세”라는 식으로 비아냥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멸의 감정까지 가질 일은 아닐 테다. 아무리 명품에 목맨다고 하더라도 욕망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니까. 허세든 신념이든 욕망의 솔직한 분출 자체를 비난하고 타박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그리고, 싫으나 좋으나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최대 명품 시장으로 통하고 1인당 평균 명품 소비액도 명실공히 세계 1위다.
그런데 최근 명품 애호가들이 뒷목 잡을 일이 생겼다. 대표적인 명품인 디올 핸드백의 원가가 우리 돈으로 8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디올 매장에서 380만 원 넘게 판매되는 실정에 비춰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디올 핸드백 제조 과정에 극악한 노동착취가 자행된 사실도 밝혀졌다.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해 휴일도 없이 밤샘작업을 시키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안전장치가 제거된 기계를 사용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해당 노동자에겐 3000원 정도의 시급만 주어졌다고 한다. 지난 4월 또 다른 명품 아르마니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는데, 디올에서 명품의 참담한 민낯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이쯤 되니 명품 애호가들은 배신감을 넘어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들의 분노는 명품 정보 공유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디올 불매 운동으로 번질 조짐이다. 한 마디로 난리가 난 것인데, 명품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법적 조치도 요구되고 있다. 디올 핸드백,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방이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