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베트남 “상대 적대국과 동맹·조약 안 맺어”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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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북한 이어 베트남 방문
양국, 국방·안보협력 강화 다짐
재생에너지 분야 협력 약속도
기존 동맹국 지지 재확인 해석

베트남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의 환영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베트남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의 환영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마치고 다음 순방 국가인 베트남에 20일(현지시간) 새벽에 도착, 국빈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푸틴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상대국과 적대하는 제3국과는 서로 동맹을 맺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럼 주석이 밝혔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0시를 전후해 평양을 출발한 푸틴 대통령은 약 4시간 가까이 지난 베트남 현지시간 오전 1시 45분께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내렸다. 베트남 측에서는 쩐 홍 하 부총리, 레 호아이 쭝 베트남 공산당 대외관계위원장 등이 그를 영접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초 19∼20일 1박 2일로 베트남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북한에 애초 일정인 18일 저녁이 아닌 19일 새벽에 지각 도착한 여파로 베트남에도 20일에 도착했다.

럼 주석은 이날 정오께 하노이 주석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뒤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서로의 독립·주권과 영토의 온전성을 해치는 제3국들과의 동맹과 조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중심 지침과 원칙에도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럼 주석과 여러 지역적 사안과 국제적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이에 대한 러시아와 베트남의 입장은 대체로 일치하거나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그는 “러시아는 아세안(ASEAN) 회원국들과 대화 발전에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아세안을 주도하는 회원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럼 주석을 내년 5월 9일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전승절) 행사에 초대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 분야와 관련해 양국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좋은 협력 기회를 갖고 있으며, 러시아 기업들이 베트남의 천연가스 사업에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푸틴 대통령의 다섯 번째 베트남 방문으로, 국빈 방문은 2013년 이후 두 번째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달 다섯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이후 중국, 북한에 이어 3번째로 찾은 국가다.

그가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북한, 베트남 등 소수 기존 동맹국의 지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베트남은 미국 등 서방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시도가 성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가급적 세계 모든 주요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외교정책인 ‘대나무 외교’ 기조하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전통적 동맹국인 러시아와도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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