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정찰위성·잠수함… 북 군사능력 고도화 우려
군사 강국 러 기술 이전 가능성
핵무기 소형화·다탄두 등 보완
한반도 인근 연합 훈련할 수도
중국 본격 가세하면 긴장감 가중
미중러 '북핵 공조' 사실상 파탄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밀착’에 나서면서 핵과 미사일 기술 이전 우려가 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협력’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지원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러가 한미일 동맹에 맞서 한반도에서 합동 군사훈련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후 언론 발표에서 북한과 군사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오늘 서명한 조약(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과 연계해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새 협정 내에서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러는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기로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 북한은 러시아에 122mm 방사포탄과 152mm 자주포탄 등 포탄을 지원해왔고,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돕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122mm 및 152mm 포탄 180만 발을 지원했고, 대공용 포탄과 탄도미사일, 지대공미사일 등 무기체계는 물론 러시아제 차량 및 전차 수리를 위한 부품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에 기술진을 파견해 정찰위성 발사에 쓰이는 추진체 성능 개량도 지원하고 있다.
북러 간 군사 협력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실패한 북한은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아 추가 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보유를 희망하는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지원받고자 할 가능성도 있다.
최대 관심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원할지 여부다. 북한은 여섯 차례의 핵 실험과 수많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핵·미사일 능력을 키워왔지만, 핵무기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다탄두 유도화 등 기술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분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 강국인 러시아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군사기술을 지원할 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까지 북한에 전수할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북러 밀착으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이 고도화되고 미중러의 ‘북핵 공조’는 사실상 파탄이 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푸틴은 한때 북핵을 억제하려 했지만 이제 끝났다’ 제하 기사에서 푸틴의 방북과 협정 체결을 두고 “가장 극명하게 냉전으로 돌아가는 순간 중 하나로, 북핵 확산을 막기 위한 세계 3대 핵 강대국의 노력이 소멸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 근거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북핵 억제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기권 재진입을 가능케 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적을 위협할 수 있는 탄두 설계를 도울 수 있는 불특정 기술 지원을 북한에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인근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 “이는 한국 및 일본, 그리고 북한에 적대적인 병력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군사 훈련의 규모와 강도를 크게 높임으로써 지역 내 군사 기반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대립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달 말에는 한미일의 첫 다영역 연합 훈련인 ‘프리덤 에지’가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이 참여한 가운데 한반도 인근에서 실시될 예정이어서 북러도 이에 대응해 한반도 인근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자주 노선을 강조해 온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등 전통적인 우방과도 대규모 연합 훈련을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연합 훈련을 하게 되면 극히 이례적인 일이 된다.
이와 관련 중국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북러의 군사적 결집에 본격적으로 가세해 한미일과 맞선다면 동북아 긴장 수위는 크게 높아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중국은 북중러로 한 데 묶이는 데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선 중국과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는 한편 북러 협력이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도록 대러 관계에도 여전히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