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인적 입지보다 전체 생각해야”…연임 도전 사실상 공식화
당내 경쟁자 없어 대세론…최고위원 후보까지 “이재명 지켜야” 주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대표직을 사퇴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만 밝혔지만 8·18 전당대회에서 대표직 연임 도전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조금 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당 대표직을 사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당 대표 출마 등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며 “출마하지 않기로 확정했다면 (오늘)사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연임 도전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이 개인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지금 상태로 임기를 그대로 마치는 게 가장 유리할 것”이라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임 얘기를 할 때는 저도 사실 웃어넘겼는데 상황이 결국 웃어넘길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개인적 입지보다는 전체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길지 않게 고민해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선 총선 이전부터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당권 대권 분리’ 당헌·당규 개정으로 연임을 위한 환경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를 위한 ‘위인설규’라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만을 위한 개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그동안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거나 “정치적으로 득 될 게 하나도 없다”면서 당대표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다가오자 이 대표는 입장을 바꿨다. 친명계 지도부도 “대안이 없다”며 연임을 외치는 모습이다. ‘또대명’(또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 외에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주자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선 최고위원 후보까지 ‘이재명 지키기’를 전면에 내세운 상태다. 이날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선언한 강선우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다시 대표로 돌아와야만 한다”면서 “그 길에서 우리 당의 최고위원 후보로 이 대표의 곁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깨어있는 당원의 조직된 힘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더 강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무능함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의 사퇴에 따라 민주당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전대까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최고위원들은 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민주당은 이번 주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다음 주 초 대표·최고위원 선거 후보 등록을 공고할 계획이다.

연임에 나선 이 대표에 대해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며 자신이 이 대표에 맞설 적임자임을 부각했다. 당권 주자들은 이날 헌법 84조가 규정한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정면 비판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감옥 가야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데도 괜찮느냐’고 국민에게 생각할 지점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수 야당을 앞세운 재판 지연, 수사 방해, 국민적 의혹이라는 정치적 핑계를 대 모든 것을 특검으로 끌어오려는 민주당에 (맞서) 국민의힘은 단호히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면 이 대표를 아버지로 부르는 저 당이 그대로 놔두겠느냐”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은 “분노가 있어야 혁신한다”며 “헌법 84조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