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강세’에 문과생 ‘유형2’ 몰릴 듯… 기존 전형 축소 잘 살펴야
무전공 전형 확대 따른 2025 대입 전략
국립·수도권대 정원 29%는 무전공
‘유형1’ 보건의료 등 제외 선택 가능
‘유형2’ 계열·과 정원 150% 내 선택
선택 가능 전공 범위 미리 확인해야
2025학년도 대학 입시는 ‘대형 변수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의대 정원이 27년 만에 늘어난 데다 입학 때 정확한 전공·학과를 지정하지 않는 무전공 전형 역시 지난해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에게는 올해 대형 변수의 등장은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 특히 무전공 전형 확대는 의대 지망생들을 제외한 모든 학생에게 해당되는 기회다. 수험생들은 어느 때보다 꼼꼼한 입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국립대·수도권대 10명 중 3명은 ‘무전공’
교육부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국립대와 수도권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무전공 전형 확대를 추진했다. 무전공 선발 비율을 대학 성과평가 결과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국립대와 수도권 대학들은 무전공 전형 선발 인원을 확 늘렸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 사항’에 따르면 국립대 22곳·수도권 대학 51곳은 올해 입시에서 전체 모집정원의 28.6%인 3만 7935명을 무전공 전형으로 선발한다. 전체 입학생 10명 중 3명은 무전공 전형으로 입학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2024학년도 입시 당시 9925명(6.6%)보다 2만 8000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무전공 전형은 ‘유형1’과 ‘유형2’로 나뉜다. ‘유형1’은 무전공 선발 후 보건의료·사범대 등을 제외한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유형2’는 계열·단과대 내 전공 중 자율 선택하거나 학과 정원의 150% 이상 범위 내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유형별로는 ‘유형2’가 2만 3091명(60.9%)으로 ‘유형1’(1만 4844명·39.1%)보다 많다.
무전공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는 시기는 대학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대학이 1학년 2학기를 이수하고 난 이후 전공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일부 대학은 졸업 예정 4학기 이전(서울대)에 정하도록 하기도 한다.
■모집 인원 변화·선택 가능 전공 살펴야
대학별로는 무전공 전형 인원이 크게 늘었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 학부대학(자유전공학부·광역), 인문계열, 공과대학 광역, 첨단융합학부 등의 형태로 총 546명을 무전공 전형으로 뽑는다. 고려대는 학부대학, 자유전공학부, 공과대학 형태로 196명을 선발한다. 연세대는 언더우드학부, 융합인문사회과학부,글로벌인재학부 등 6개 분야 480명을 뽑는다. 성균관대는 280명(자유전공계열), 경희대는 406명(자율전공학부·자유전공학부)을 무전공 전형 인원으로 정했다.
부산대는 첨단융합학부 정보의생공학자율전공·공학자율전공·나노자율전공 3개 전공 159명을 뽑기로 했다. 국립부경대는 글로벌자율전공학부, 자유전공학부, 인문사회과대학자유전공학부 등 9개 분야에서 915명을 선발한다. 국립부경대는 사실상 대부분 단과대학에서 무전공 전형을 도입했다.
무전공 전형의 확대는 곧 기존 입학 전형 정원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각 대학의 전체 모집 정원이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입학 전형 선발 인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집 정원의 증감은 곧 입학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인만큼 꼼꼼하게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특히 수시모집 학생부교과전형 모집 인원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대체로 학생부 교과 등급을 기준으로 정량평가를 진행하므로 모집 인원 변화는 합격선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은 지원자의 중복 정도가 높은 전형이므로 입학 결과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무전공 전형에 합격할 수 있는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을 갖췄다고 해도 반드시 알아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선택 가능 전공이다. 무전공 전형에 합격한 뒤 1학년을 마친 뒤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에 지원하려 해도 선택 가능 전공에 해당하지 않으면 ‘도루묵’이 된다.
■무전공 전형도 ‘이과 강세’ 예상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무전공 전형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과(자연계) 강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입학 후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1’ 전형에서는 문과(인문계) 출신 학생과 이과 출신 학생이 맞붙었을 때 이과 출신 학생의 합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서울 주요 사립대의 수시모집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과 출신 학생들의 내신 합격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형1’에서는 이과생들이 문과생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수시모집은 물론 정시모집에서도 유형1은 수학과목에서 문과 학생보다 표준점수가 높은 이과생들이 합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과생들이 무전공 전형에서 유리한 상황인 만큼 문과생들은 유형1이 아닌 계열·학부가 규정된 유형2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입시 전문 업체 종로학원이 수험생 23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형2를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68.1%로 유형1(31.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학사 우연철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대입에서는 의대 증원에 눈길이 쏠려 있지만, 무전공 전형 역시 입시를 어렵게 하는 커다란 요소”라고 평가했다. 우 소장은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 무전공 전형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대학에서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제대로 어필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