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민주당, 축배 너무 오래 들었다
박석호 서울정치팀 부장
청문회에선 강성지지층 의식 갑질 난무
'이재명 아버지', '애완견' 발언 옹호일색
'국민의 뜻' 명분 내세워 사법부 장악 시도
개딸만 바라보는 무한질주는 '위험 신호'
야당을 비판하려니 ‘더 한심한’ 여당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도 국민의힘은 더 이상 말 보태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오늘은 야당 이야기만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것이 4월 10일. 두 달하고 보름이 지났다. 22대 국회 개원일(5월 30일)을 기준으로 해도 한 달이 다 돼간다. 그 사이 민주당은 뭘 했나.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실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선명하다. 그런데 집권을 위한 대안세력으로서의 비전과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이대로 정권을 잡았다가는 현 정부를 반복할 것 같다는 확신만 든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검법’ 입법 청문회를 열었다. 말이 청문회이지 수시로 내리는 퇴장 명령과 위압적 질문, 갑질성 막말만 머릿 속에 남는 역대급 정치 쇼였다.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청문회에서 사회를 맡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증인들의 답변 거부와 태도를 문제 삼아 ‘10분 퇴장’ 명령을 반복했다. 그에게 퇴장당한 사람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 3명이다.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의원들이 질의하는데 여러 차례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회의장에서 쫓겨났다.
박지원 의원은 이 전 장관이 퇴장하자 “퇴장하면 더 좋은 것 아닌가. 쉬고…”라며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하라”고 했다. 만약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면 야당은 ‘인권 침해’라고 핏대를 세웠을 게 뻔하다.
정 위원장은 또 “일부러 기억 안 나게 뇌의 흐름을 이상하게 조작하지 말라”고 증인에게 호통쳤다. 진상 규명보다 개딸(강성 지지층)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재명 대표로부터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한 인사는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님이십니다”라고 공식회의 석상에서 낯 뜨거운 발언을 했다. 논란이 일자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해명했는데 오히려 영남 유림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 대표는 기자를 “검찰의 애완견”이라 비판했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라는 더 큰 비하 발언이 나왔다. “앞으로 그냥 기레기라고 하면 좋을 것”, “애완견이라고 높여줘도 똥오줌 못 가리고 그냥 발작 증세를 일으킨다”는 비아냥도 덧붙였다. 방송 기자 출신 의원은 “(애완견은)감시견의 반대 언론을 일컫는 말일 뿐이다. 무식하다”고 거들었다. 이 대표는 닷새 뒤에 “언론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저의 부족함 탓”이라고 한 발 뺐지만 쿨하지 못하게 굳이 ‘조건’을 달아서 유감을 표명했다.
과거 유튜브에서 ‘이대생 성 상납’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김준혁 의원은 최근 이화여대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선거 때는 표가 급했던지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그러다 이제는 “의정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으며 피해자 뒤통수를 때렸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판사들을 탄핵하겠다고 벼른다. 거기다 ‘표적 수사 금지법’, ‘검찰수사 조작금지법’을 발의할거라 겁박하고, ‘판·검사 법 왜곡죄’, ‘판사 선출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누가 봐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려는 충성 경쟁이다. 민주당은 총선 승리로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삶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라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협상과 타협 대신 감정에 치우친 강성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다수결만 앞세워 무한질주하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것은 ‘국민의 뜻’이 맞다. 하지만 삼권분립을 넘어서 ‘사법부 통제’, ‘행정부 무력화’까지 노린다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다.
여당에서는 의석은 71석 뒤졌지만 지지율은 5.4%포인트 차이뿐이라는 정신 못차리는 발언이 나왔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눈에 의석 수 차이만 보이고, 지지율 격차는 보이지 않는다면 심각한 일이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다. 정부여당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이긴 선거다. 그런데도 축배를 너무 오래 들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