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뜻대로 관철 굴욕… "야 상임위 독식 더 위험" 현실론 선택
국힘, 7개 상임위원장 수용
'의회 독재' 프레임 부각 강경론보다
국회에서 거야 입법 독주 대응 무게
수용한 상임위 경제 다뤄 실리 노려
'11 대 7' 원 구성 금주 본회의 확정
야 법사위 차지 윤 정부 압박 가속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남겨둔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사실상 민주당의 노림수대로 원 구성이 관철돼 국민의힘 입장에선 굴욕적 수용인 셈이다. 강경론보단 민주당의 입법 공세에 맞서 상임위 진입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으로 무게 추가 옮겨 간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이 단독 선출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반발해 활동을 거부해 왔던 ‘상임위 보이콧’도 해제된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단 구성 시한을 넘긴 지 17일 만에 국회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대에도 핵심 상임위원장 자리인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운영위원장, 과방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운영위원장은 관례상 국민의힘 몫이라고 주장했다가,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가며 운영하자는 최종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이마저도 좌절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마지노선으로 내세운 23일 최종 협상마저도 결렬됐다.
민주당의 18개 상임위원장 독식이 가시화하자 국민의힘이 끝내 현실론을 택한 것이다. 앞서 당내에선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게 하고 ‘의회 독재’ 프레임을 부각하자는 ‘강경론’과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려면 상임위에 들어가 맞대응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공존했다.
현실론 배경엔 국민의힘이 상임위 보이콧 대책으로 가동한 분야별 특별위원회도 이렇다 할 주목도를 받지 못한 데다, ‘입법 독주’를 예고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더욱이 국민의힘이 차지한 7개 상임위원장이 경제 전반을 다루는 상임위 소속으로, 여론 악화 부담을 덜고 국정을 뒷받침하는 실리를 선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법사위와 운영위, 방통위를 민주당에 모두 내주면서 협상은 사실상 국민의힘 패배로 돌아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원 구성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입장 발표를 통해 “절대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폭주하는 민주당과의 원 구성 협상은 더 이상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며 “작금의 상황에 분하고 원통하다. 저 역시 누구보다 싸우고 싶은 심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민주당이 장악한 11개 상임위가 무소불위로 민주당 입맛대로 운영되는 걸 보며 나머지 7개 상임위 역시 정쟁으로만 이용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국회 등원을 결심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11 대 7’ 원 구성은 이번 주 본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우 의장은 앞서 6월 국회 정상화를 내걸고 여야 합의를 촉구해 왔다. 우 의장은 이날 국민의힘이 7개 상임위원장 수용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현명하게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7개 상임위를 받고 국회로 들어오기로 결정한 것은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로 잘한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법안 심사의 관문 격으로 꼽히는 법사위원회의 위원장과 함께 대통령실을 피감 기관으로 둔 운영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거대 야당의 윤석열 정부 압박은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가져간 과방위원장 역시 방송3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 처리하면서 입법 독주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법사위는 정치권 최대 쟁점인 ‘채 상병 특검법’을 초고속으로 통과시켰고, 운영위 역시 단독 상임위를 열고 다음 달 1일 현안질의에 대통령실 소속 16명을 증인으로 대거 채택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향후 의원총회와 당내 기구 등을 통해 민주당의 입법 공세에 대응할 전략 마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