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손님과 신뢰 지키기 위해 경쟁자와 협력도 예사 [피시랩소디]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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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생선 매번 낙찰받을 수 없어
다른 중도매인에 도움 요청해 해결
납품 거래처 유지, 목숨과도 같아

지난 3월 15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생선을 나눠 가질 순서를 정하기 위해 중매인들이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이정PD 지난 3월 15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생선을 나눠 가질 순서를 정하기 위해 중매인들이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다. 이정PD

중도매인에게 손님과의 신뢰는 목숨과도 같다. 손님 요구에 맞는 생선을 납품하지 못하면 거래처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수산물 경매에 참여하면서 원하는 생선을 낙찰받을 수는 없다. 공산품이 아닌 생선의 선도와 양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생선을 두고 중도매인 간 치열한 확보 싸움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원하는 물건을 확보하지 못한 중도매인은 어떻게 생선을 구하는 것일까?

답은 다른 중도매인들에게 얻는 것이다. 오늘 내 생선을 다른 이에게 내어 주면 다음에 내가 반대로 얻을 수도 있기에 이는 어시장의 오랜 미덕이 됐다. 지난 3월 15일 오전 7시께 찾은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장에서도 생선을 사지 못한 중도매인들이 물건을 얻으러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로 많은 양이 필요없는 재래시장 중도매인들이 수량이 넉넉한 중도매인에게 소량이라도 얻기 위해 전화로 얼마나 줄 수 있는 지를 확인하기도 하고, 직접 위판장을 돌아다니며 부탁도 했다. 76번 장용호 중도매인은 “서로 사정을 아니까 이번에 부탁하고 나중에 부탁을 들어주기도 한다”며 “경쟁 관계이면서도 협력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삼치를 조금 사야 하는데 낙찰받지 못해서 다른 중도매인에게 겨우 부탁해 한 줄 받았다”고 말했다. 위판장 한 켠에서는 중도매인들이 가위바위보로 나눠 가질 순서를 정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또한 필요한 생선의 경매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다른 중도매인에게 대리 매수를 부탁하기도 한다. 특히나 대리인을 두지 못하는 영세한 중도매인 경우는 더욱 다른 중도매인의 도움이 절실하다. 규모가 있는 중도매인인 경우 여러 명의 중도매인을 두고 동시에 경매에 참여한다. 부산공동어시장은 3곳에서 동시에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에 원하는 생선의 경매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중도매인들은 같은 생선을 두고 경쟁할 땐 심리전을 벌이지만, 같은 중매인으로서의 고충을 알기에 필요할 땐 서로 돕는 관계가 된다.

중도매인들의 치열한 생선 확보전은 결국 손님과의 신뢰를 이어 나가기 위함이다. 76번 장용호 중도매인은 “수출로 보내는 생선을 나에게 맡기면서 한 번도 직접 위판장에 나와서 생선을 확인한 적이 없는 손님이 있다”며 “수출의 경우 물건을 보내 버리기 때문에 생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없지만 그만큼 중도매인을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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