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봉지와 맥주·초밥으로 ‘소녀상 모욕’… “처벌 받도록 법 개정해야”
26일 ‘102차 수요시위’ 열려
연이은 ‘소녀상 테러’에 규탄
처벌 어렵다며 법 개정 강조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혐오와 모욕이 이어지면서 적절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녀상에 ‘철거’가 적힌 봉지를 씌우거나 일본 맥주와 초밥으로 조롱하는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은 26일 낮 12시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 ‘102차 수요시위’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 20여 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보호법 개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든 채 수요시위를 진행했다.
부산여성행동은 “친일극우 세력이 역사를 부정하며 ‘소녀상 테러’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4월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이 ‘철거’가 적힌 검은 비닐봉지로 덮이고, 일본 맥주와 초밥으로 조롱 대상이 된 점 등을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며 “전국 곳곳에서 수요시위와 문화제를 방해하고, 소녀상에 마스크를 씌우거나 철거를 촉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테러가 일어나 평화와 여성 인권 운동을 상징하는 소녀상은 온갖 모욕과 공격 등 2차 피해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산여성행동은 성명을 통해 “전국적인 소녀상 테러에도 적절한 법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골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며 일본 전쟁 범죄를 지우려 해도 현행법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21대 국회에서 김상희 의원 대표 발의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공격과 명예훼손, 모욕을 처벌하려는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여성가족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며 “대한민국 정부에 등록된 생존 피해자는 아홉 분에 불과한 상황에서 제22대 국회가 빠르게 법을 개정해 피해자들이 명예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은 봉지를 씌우거나 맥주와 초밥을 이용한 조롱이 이어지자 경찰은 부산 초량동 소녀상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서울 등 다른 지역 소녀상에서도 ‘철거’ 문구가 붙은 봉지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연이어 수난을 겪는 소녀상은 최근 해외에서 14개로 늘어났다.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콜롬보 해변에 새롭게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지난 22일 열렸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