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그리움에 환장할 때 써라”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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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단 원로 최창도 시인
열 번째 시집 <풍경…> 출간


최창도 시인이 열 번째 시집 <풍경으로 서는 미래 보기>를 냈다. 최창도 시인이 열 번째 시집 <풍경으로 서는 미래 보기>를 냈다.

부산 시단의 원로 최창도(81) 시인이 열 번째 시집 <풍경으로 서는 미래 보기>를 냈다. 2015년에 아홉 번째 시집 <우리 시대의 명상과 물음>을 낸 지 8년 만이다. 최 시인은 1967년 <여상>에 ‘이상한 매력’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해 꽤 오랜 시간이 흐른 1994년에 첫 시집 <별들이 숨쉬는 하늘>을 냈다. 그때부터 속도가 붙어 2~3년에 시집 하나를 내는 식으로 부지런히 시를 썼다. 하지만 이번 시집은 그답지 않게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저간의 사정이 궁금해진다.

‘고독과 외로움과 쓸쓸함이/독백을 거느릴 자신이 없어 마지막 이별을 선언할 때/비로소 피눈물나는 시를 쓰라//세상의 억울한 욕지거리 다 얻어먹고/밥숟갈 잃고 갈 데 올 데 없을 때/누구에게 하소할 수 없어/밤낮 청승맞게 콧물 눈물에 흐느낄 때 시를 쓰라.’ 그는 ‘시(詩)는’에서 ‘시는 그리움에 환장할 때 쓰라’고 단언한다. 그래야 비로소 시인으로 새롭게 탄생한다는 것이다. 팔순 시인의 재탄생이다.

시집은 총 90편의 시를 5부로 구성했다. 끝나기 직전에 나오는 ‘그대와 나’라는 유독 짧은 시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홀로이 한 익명의 별자리 하나/그대의 내세의 그림자로/무시로 오다//언제나 내 안에는/그대 한 사람만 있음이여.’ 모르긴 해도 시인은 중요한 누군가를 잃었고,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고 시로 승화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 이순(耳順), 윤회, 건망증, 고독, 어머니의 유언, 생과 사 같은 우리 삶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내용이 많다.

최 시인의 호는 동천(東川)이다. ‘삽짝문’만 열면 동천인 곳에서 태어나 지금도 바로 옆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시집에서 ‘동천의 봄’도 노래했다. 그는 “몇 년 동안 글을 쓰지 못할 때는 글이 쓰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좋은 시구가 생각나면 자다가도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춘단다. 그렇게도 시를 쓰는 게 좋은 모양이다. 그의 시집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모양이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풍경으로 서는 미래 보기> 표지. <풍경으로 서는 미래 보기>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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