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한동훈에 ‘배신의 정치’ 공격하는 나·원·윤, 효과 있을까?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윤 대통령과 불편한 한동훈에 “배신의 정치”
한 후보 ‘채상병 특검법’ 고리로 핵심 지지층 ‘탄핵' 트라우마’ 자극
한, 총선 때 세 후보 지원한 사진 공개 “마구잡이 공세 동정표까지 더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권 레이스가 ‘한동훈 대 반한동훈’ 구도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한다고 공격 포인트를 잡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일약 법무부 장관에 발탁돼 스타 정치인이 될 때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한 후보가 당권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에 각을 세우려는 데 대해 ‘배신’이라고 낙인 찍은 셈이다. 한 후보 측은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한 후보에 대한 ‘공한증’ 때문에 상대 후보들이 협박과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나 후보는 지난달 29일 한 후보가 검사 시절 수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0일에도 ‘배신’ 언급이 한 후보를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채 상병 특검법’ 그런 거 (얘기)하지 말고, 민생 이야기 더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원 후보는 보다 직설적으로 한 후보의 ‘배신’을 언급한다. 그는 “인간관계를 하루아침에 배신하고, 당원들을 배신하고, 당정 관계를 충돌하면서 어떤 신뢰를 얘기할 수 있다는 건가”라고 주장한 데 이어 이날 한 후보 측의 ‘공한증’ 비판에도 “공한증 맞다. 길도 모르는 초보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까 무섭다”고 받아쳤다. 윤 후보 역시 “‘절윤(윤 대통령과 절연)’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한 후보를 공격했다.
‘배신의 정치’라는 표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했던 발언으로, 나·원·윤 세 후보가 당 핵심 지지층의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해 한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시의 반목이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게 여권 내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야권이 최근 공공연히 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고 있어 여권 주류에선 이에 대한 경계심이 부쩍 커진 상황이기도 하다.
한 후보는 경쟁자들의 이런 협공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달리는 데 조급함에서 비롯됐다고 여긴다. 한 후보 측은 이날 한 후보가 지난 총선 당시 지역구에 출마한 나·원·윤 세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원 유세를 다닌 사진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 뛰었던 자신에게 배신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는 우회적인 반박으로 풀이됐다. 한 후보 캠프 인사는 “한 후보를 겨냥한 마구잡이식 공세는 오히려 대세론을 인증하고, 동정론까지 더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