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투아스 선석 26km 세계 최대 환적항, AI·드론으로 운영 [동남아 물류 최전선을 가다]
2. 싱가포르 투아스항
4단계 공사 거쳐 2040년 이후 완공
6500만TEU 처리 ‘세계 최대 환적항’
최근 말레이시아 항만들 추격 불구
친환경·자동화 기술 더해 선두 질주
‘투아스(Tuas) 메가 포트’.
글로벌 환적 허브 싱가포르가 서쪽에 구축 중인 초대형 자동화 항만이다. 완공 시 선석의 총 길이만 26km로, 전 세계 최대 규모 환적항만이 될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찾은 투아스항은 1단계 공사로 조성된 약 8개 선석에서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1단계 21개 선석 중 일부만 운영됐음에도, 컨테이너 크레인 등 초록색 하역 장비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었다. 줄줄이 선 트랜스퍼 크레인은 좌우로 움직이며 화물을 옮겼으며, 무인이송장비(AGV)도 크레인 사이를 분주히 돌았다.
■도심 터미널 통합…‘1위 굳히기’
투아스항은 4단계 공사를 거쳐 2040년 이후 완공될 예정이다. 매립을 통해 1337ha 부지, 66개 선석이 조성된다. 계획대로 건립될 경우 연간 처리 능력이 무려 65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에 달한다. 2022년 9월 1단계 공사가 일부 마무리되면서 투아스항이 공식 개장했다.
투아스항은 시내 중심가와 가까운 탄종 파가르, 케펠, 브라니 터미널과 시내와 조금 떨어진 파시르판장 터미널을 모두 통합한다. 싱가포르는 파시르판장 터미널이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지난 2012년 투아스항 건설 계획을 밝혔다.
차량 환적 허브인 파시르판장은 1997년 터미널 1단계, 2005년 2단계가 준공됐다. 투아스항 이전을 위해 가장 오래된 탄종 파가르와 케펠은 폐쇄됐으나, 최근 홍해 사태 장기화 등으로 화물 적체가 심해지면서 케펠의 휴면 선석과 야드가 재개장한 상태다.
투아스항 건설은 동남아 최대 허브항 지위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싱가포르의 의지로 보인다. 지난해 싱가포르항 컨테이너 터미널은 전년보다 4.6% 증가한 3901만TEU를 취급하며 환적 항만 1위 자리를 수성 중이다. 그러나 인근 말레이시아의 추격도 매섭다. 싱가포르처럼 세계 3대 운항로로 꼽히는 말라카해협을 끼고 있는 데다 낮은 인건비 등을 힘 입어 ‘저가 공세’를 펼친다. 환적 항만 3위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항은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가 운영 중이다. 내년 2월 머스크와 하팍로이드 간 운항동맹인 ‘제미니 협력’이 출범할 경우 물동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환적 항만 4위 포트클랑항도 말레이시아에 있다.
■AI·빅데이터…최신 기술 집약
싱가포르 항만 운영사 PSA는 투아스항에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미래 항만’을 구현할 계획이다. 투아스항의 경우 자동화 장비와 운송 수단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통해 통제·운영된다. 드론으로 선박과 터미널 간 물류 이송, 관제·점검·감시도 가능하다.
더불어 투아스항은 새로운 선박 교통 관리 시스템을 통해 혼잡 지점을 예측하고 이를 선박 경로 계획에 적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다른 자동화 항만과 달리 무인이송장비는 수시로 충전되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다음 하역 작업에 필요한 전력만큼 스스로 충전하며 작업을 재개하는 식이다.
PSA는 친환경 기술도 적극 도입한다. 최근 메탄올 벙커링과 하역의 동시 작업에 성공했으며, 향후 항만 운영에 수소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새로 개발한 스마트 클라우드 운송 시스템 ‘OptETruck’은 최적화된 운송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천해 빈 트럭 운행을 50% 이상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960만kg 줄일 것으로 분석됐다.
싱가포르/글·사진=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