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토론 ‘트럼프 압승’ 한국 등 동맹국 ‘긴장감’
팽팽하던 대선 판도 바뀌면서
거래의 동맹 대비 필요성 제기
‘한국 핵무장’ 미 전문가 예상도
한미 경제 협력 위협 배제 못해
미국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도 미 대선 풍향의 변화에 한층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사 취재에 응한 미국의 동맹국 당국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보인 무기력하고 허약한 모습에 주목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노출한 고령(81세)에 따른 쇠약함과 인지력 저하 조짐 등은 단기간 내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TV 토론의 파장은 일회적인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 외교가는 주목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번 TV 토론 이후 대선 판도가 트럼프 전 대통령 우위 쪽으로 움직일 경우 한국 정부는 미국의 현 정부와 잠재적 ‘미래 권력’을 동시에 고려한 신중한 행보를 요구받게 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중 미국이 견지해온 ‘동맹 중시’ 기조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퇴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이른바 ‘트럼프 변수’로 거론돼 왔다. 동맹을 ‘거래’의 관점에서 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관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가치’ 측면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 중시 기조 사이의 간극은 작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미 대선 결과가 한국 등 미 동맹국들 외교의 ‘연속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다.
한국 정부는 확장억제(핵우산)의 실효성을 강화한 ‘워싱턴 선언’(작년 한미 정상회담 합의)이 말해주듯 바이든 행정부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한미일 3각 공조 체제를 작년 본격 출범시켜 내실을 더해 왔다. 거기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 재임중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 등 경제안보 관련 한미 협력을 강화했고, 미국의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에 입각한 유인책을 고리로 한국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도 근래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 토론에서의 기세를 몰아 박빙 구도를 깨며 자신의 우세 쪽으로 전환시킬 경우 한국 정부도 트럼프 집권에 따른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미 외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대선의 향후 판도는 현재 한창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의 속도에도 어느 방향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 최근 트럼프 캠프에서 흘러나오는 메시지나 관련 외신 보도 등은 한미 동맹 및 관련 현안의 현상 유지와 변화 양쪽 모두와 잇닿아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한미일 3국 관계를 강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트럼프 측근들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또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시 국무장관 또는 국방장관 후보 등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CBS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납세자들은 홀로 중국을 억지할 수 없다. 우리는 동맹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전보좌관은 같은 인터뷰에서 미군이 주둔중인 동맹국들이 분담하는 주둔 비용에 대해 “비용의 일부인데, 충분치 않다”며 대대적인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국의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에 이른다며 트럼프 재집권 시 동맹국들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등의 위협에 맞서 동맹은 중시할 것이나 그와 별개로 기존에 유지해 온 ‘비용 분담’의 균형을 깰 것임을 분명히 한 일종의 ‘변화지향적’ 발언이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말 공개된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결국 주한미군의 변화가 현실화할 경우 그것은 현재 미국의 핵우산에 큰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한국의 북핵 대응 태세에 변화를 촉발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