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삼촌’ 변요한 “관성 아닌 천성으로 연기하고파”
첫 OTT 출연작서 청년 김산 역
송강호와 연기 호흡 “힘 얻어”
“인기보다 연기로 평가 받겠다”
“책(대본)을 들고 무작정 제주도로 떠났던 기억이 나요.”
배우 변요한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삼식이 삼촌’과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변요한이 이 작품에서 연기한 ‘김산’은 작품의 주요 키를 쥐고 있는 인물. 지난한 격동의 시대, 지식인의 고뇌와 야망을 변요한은 깊은 눈빛과 신뢰 있는 대사로 풀어낸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처음엔 잘할 수 있을지 막연히 두려웠다”며 “걱정을 많이 했지만, 결국 현장에 답이 있더라”고 밝혔다.
변요한이 그린 ‘김산’은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귀국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꿈꾸는 청년이다. 1950~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삼식이 삼촌’으로 불리는 박두칠(송강호 분)과 함께 작품의 방향키를 쥐고 있다. 1화에서 박두칠이 김산을 처음 본 ‘연설 장면’은 작품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힌다. 변요한은 “연설이란 걸 해 본 적 없으니까 고민이 많았다”며 “제주도 바다를 보면서 연설 연습을 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에서 시대적 과제를 짊어진 캐릭터를 잘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이런 고민은 촬영을 시작한 뒤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변요한은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이 바라봐주는 눈빛과 들어주는 귀를 느끼니 힘이 생겼다”며 “연기는 들어주고, 바라봐주는 거란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삼식이 삼촌’에서 연기력을 따지면 내가 꼴찌”라면서 “매번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부족한 걸 느꼈지만, 이런 현장에 함께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함께 호흡한 송강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드러낸다. “송강호 선배가 촬영이 끝나도 현장에서 계속 바라봐주셨어요. 아무 말 안 하시고요. 저는 그게 사실 지켜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엔 따뜻하게 안아주셨어요.”
2011년 영화 ‘토요근무’로 데뷔한 변요한은 영화 ‘소셜포비아’ ‘자산어보’ ‘한산: 용의 출현’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 ‘미생’ ‘육룡이 나르샤’ ‘미스터 션샤인’ 등에도 출연하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올해도 변요한의 ‘열일’은 계속된다. ‘삼식이 삼촌’과 영화 ‘그녀가 죽었다’로 대중을 만났고, 오는 8월엔 드라마 ‘블랙아웃’ 주연으로 안방극장 나들이를 할 예정이다. 변요한은 “인기보다 연기로 호평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여전히 연기할 수 있는 에너지와 하고 싶은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여전히 연기를 잘하는 게 첫 번째 목표에요. 몸과 마음을 다해서 말이에요. 관성이 아닌 천성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늘 노력하겠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