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조기 총선 승부수에도 프랑스 총선, 극우 33% 1위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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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연합 NFP 28%·범여권 20% 기록
극우당, 다수 차지해 집권한 전례 없어
마크롱 치명상 불가피하단 관측 제기
2차서 패배 시 4번째 ‘동거정부’ 탄생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리더인 마린 르펜 의원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에냉보몽에서 총선 1차 투표 결과를 접하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리더인 마린 르펜 의원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에냉보몽에서 총선 1차 투표 결과를 접하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이 33.1%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승부수에도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앙상블)은 3위로 밀려나면서 프랑스 정치 지형이 급격히 재편될 전망이다.

프랑스 내무부는 선거 다음 날인 1일 이같은 선거 결과를 발표했다.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좌파 연합체 신민중전선(NFP)은 28%를 득표해 2위를 기록했고 앙상블은 20%를 득표해 3위로 참패했다. 공화당은 6.7%를 득표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은 후보들은 총 76명이다. 정당별로는 RN 39명, NFP 32명, 앙상블 2명 등이 당선됐다. 총선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얻어야 한다.

2년 전 총선에서 이 기준을 넘겨 1차에서 당선된 이는 5명에 불과했다. 2022년의 16배가량의 후보가 1차에서 당선된 건 60% 후반대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 당선 요건인 등록 유권자 25% 이상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1차 투표율은 47.5%였다.

프랑스 극우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 이은 이번 총선 승리로 주류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유럽 내 우향우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BFM TV는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RN이 1차 투표에서 33%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260∼31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좌파 연합체 신민중전선(NFP)의 득표율은 28.5%로 115∼14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앙상블은 22%의 득표에 그쳐 의석수가 90∼120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총선은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치러졌다.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를 혼합한 프랑스 정치 시스템에서는 대통령이 다수당 또는 다수 연정의 지지를 받는 인물을 총리직에 임명하는 관례가 있다. 2차 투표에서 큰 이변이 없다면 RN은 제1당을 예약해 의회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지금까지 극우 정당이 다수당을 차지해 집권한 전례가 없다.

이번 선거로 지난달 초 유럽의회 선거 참패 이후 승부수를 던졌던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극우 돌풍에 따른 위기를 호소하면서 국면 전환을 노렸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승부수는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처참한 선거 결과를 받아 든 마크롱 대통령은 성명에서 “2차 투표에서 RN에 맞서 광범위하고 분명한 민주적·공화적 결집이 필요한 때가 왔다”고 지지층에 호소했다.

이날 당선자를 내지 못한 지역구에서는 내달 7일 2차 투표를 치른다. 2차 투표에는 1차 투표에서 등록 유권자 수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이 진출한다.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2명 미만이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른다. 2차 투표에서는 단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2차 투표까지의 결과 RN이나 NFP가 1당을 차지해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면 프랑스에서는 27년 만에 역대 4번째 ‘동거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동거정부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자크 시라크 총리(1986∼1988), 미테랑 대통령-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1993∼1995), 시라크 대통령-리오넬 조스팽 총리(1997∼2002) 등 앞서 3차례 있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에서 지더라도 대통령직 사임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거 정부가 들어설 경우 본인이 추진하려던 각종 개혁안은 무산되거나 방향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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