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자마자 절반은 떠나… 붙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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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제조업 외국인 근로자 인력난

저임금에 열악한 근무환경 여파
임금 많은 대기업으로 이직 요구
안 보내주면 태업 등으로 악영향
쿼터제 폐지로 고용 자율성 보장
산단 중심 채용·교육 체제 필요

부산의 외국인 근로자 미충원율이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로 조사됐다. 업계는 외국인쿼터제 폐지 등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절실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기장군 장안일반산업단지의 한 제조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남형욱 기자 thoth@ 부산의 외국인 근로자 미충원율이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로 조사됐다. 업계는 외국인쿼터제 폐지 등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절실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기장군 장안일반산업단지의 한 제조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남형욱 기자 thoth@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부산 제조업이 외국인 근로자마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심각한 경쟁력 악화 위기에 처했다. 부산에 온 외국인 취업자는 단순노무직인 비전문취업 인력(E-9 비자)이 대부분이지만, 지역 제조업계는 구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따질 여건이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지역 상공계는 산단 조합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관리하는 등 고용허가제를 개선해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뽑고 나니 절반이 그만둬

부산에서 자동차부품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초부터 외국인 근로자 20명을 뽑았지만, 절반 이상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무단으로 이탈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주된 원인이다. A 대표는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을 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떠나는 외국인 근로자를 붙잡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이탈 방지 정책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E-9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은 일정 권역 안에서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은 사용자의 귀책 사유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업계는 외국인 근로자가 떠나겠다고 하면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돈을 더 주는 사업장으로 옮기려고 떼쓰듯 태업을 하거나 업무방해를 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녹산공단에서 금형공장을 운영하는 B 대표는 “계속 고용을 유지해 봤자 손해고 다른 근로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결국 근로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숙련기능 인력(E-7-4 비자)에 해당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구인난은 더욱 심각하다. E-7-4 비자는 비전문취업 자격 등으로 4년 이상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가 소득, 한국어 능력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장기 취업할 수 있도록 비자다.

수리조선업체를 운영하는 C 대표는 “용접 등 숙련공 외국인 근로자 인력 상당수는 일을 좀 익히면 임금이 높은 대기업으로 떠난다”며 “숙련공 재교육 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은 상황에서 이 같은 대기업행은 중소 업체에선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 폐지를”

이에 업계에서는 천편일률적인 외국인 근로자 이탈 방지 정책 대신 장기근속 여부에 따른 보다 세부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등 고용허가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부산에 머물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업계는 ‘쿼터제 폐지’를 통한 고용 자율성 보장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현행 ‘고용허가제 외국인 쿼터제’는 내국인 근로자가 1~10명인 기업엔 외국인 최대 10명, 내국인 11~50명엔 외국인 최대 30명 등의 외국인 근로자 비율을 강제하고 있다. 올해 16만 500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들이겠다는 정부 계획도 쿼터제로 외국인 근로자 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 사업장 별로 1~2명이 늘어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박평제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내국인 근로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만큼 쿼터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내국인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성실한 외국인 근로자엔 파격적인 지원을, 태업 등 부당행위를 일삼는 근로자에겐 법적 제재를 주는 식의 고용허가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산업단지 내 다양한 업종을 대표하는 조합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대안도 내놓는다. 필리핀·캄보디아 등과 조합이 협약을 체결한 뒤 필요 인력을 직접 뽑고 교육해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외국인 근로자 정책 수행을 위해 부산시 차원의 통계 구축 필요성도 제기된다. 부산연구원 고영근 경제동향분석위원은 “지역 정보가 부족해 부산 지역 외국인 근로자 현황 파악에 어려움이 큰 만큼 부산 지역 차원의 외국인 근로자 통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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