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해시 주먹구구식 행정 도마···상하수도 누수 공사비 수년째 미지급 물의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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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체 28곳에 39억 원 미지급
이 중 절반이 1억 원 이상 못 받아
시, 문제 커지자 뒤늦게 수습 나서
미지급금은 추경 등으로 해소키로


경남 김해시가 긴급 누수 공사비 39억 원을 민간업체에 제때 지급하지 않아 논란을 빚는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경남 김해시가 긴급 누수 공사비 39억 원을 민간업체에 제때 지급하지 않아 논란을 빚는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경남 김해시가 긴급 누수 공사비 수십억 원을 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인다. 언제부터 대금 지급이 지연됐는지 파악조차 못 해 행정 불신을 자초한다.

31일 김해시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미지급한 긴급 누수 수선 공사비는 39억 원이다. 이 중 27억 원은 과거 어느 시점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미지급금이며, 12억 원은 올 초부터 4개월간 진행한 공사의 대금 지급이 지연된 것이다.

긴급 누수 수선 공사는 수도보수원이 현장을 방문해 자체 수리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수도 대행사가 투입돼 시행한다. 시는 앞서 2022년 12월 지역 민간업체 28곳을 수도 대행사로 지정했다. 이 업체들은 2년간 당번제로 누수 민원 발생 시 긴급 대응한다.

공사를 끝낸 대행사는 시공 사진과 물량 등이 기록된 자료를 시 수도과에 제출한다. 시는 이를 토대로 정산 작업을 하고, 해당 대행사에 수의 계약 형태로 공사를 발주한다. 선 조치 후 계약서를 쓰는 셈이다. 이후 공사대금이 지급된다.

문제는 대행사들이 지난해까지 완료한 공사 중 158건에 대한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행사들은 오랜 기간 공사 대금 지연 지급이 관행처럼 반복 되고 있다고 전한다. 한 업체는 29건에 대한 공사비 5억 3600만 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 공사대금 미지급금이 1억 원을 넘긴 곳이 대행사 전체 28곳 중 14곳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시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으로 대행사의 공사 자료 미제출을 꼽았다. 시 수도과 관계자는 “업체가 회사 일정을 이유로 자료 요구에 대응하지 않아 지급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며 “설계(정산) 작업을 하는 공무원 인력이 부족한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행사들은 자료를 내면 돈을 받을 수 있는데 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대행사 관계자는 “우리도 사업을 해서 먹고산다. 당연히 대금을 빨리 받는 게 좋은데 자발적으로 자료를 늦게 낼 이유가 없다”며 “이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그때부터 공사대금이 늦게 나왔다. 시와 계속 함께 일을 해야 해 더 이상 설명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공사대금 미지급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실태 파악을 하고 재발 대책을 마련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시는 향후 대행사에 시공 완료 후 7일 이내에 기초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하고, 설계 담당 공무원도 1명에서 2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한 해 예산이 35억 원인데, 미지급금이 39억 원인 부분에 대해서는 “예산을 현실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지급금을 모두 정리하고 예산을 늘리겠다”고 해명했다.

지난해까지 발생한 공사비 미지급금 27억 원은 제2회 추경예산 때 확보한 사업비로 해소할 예정이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발생한 미지급금 12억 원은 내년도 당초예산 공사비로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 연말까지 미지급금 지급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일을 두고 김해시의회에서도 예산집행의 기본원칙을 지켜 행정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회는 제2회 추경예산 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업비 22억 원을 편성했다.

주정영(민주당·장유1동·칠산서부동·회현동) 김해시의원은 “이번 공사비 미지급 사태는 신속 집행은 물론 한 회계연도 내의 수입은 그 연도에 지출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철저한 실태조사를 벌여 반드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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