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정의롭지만 졸부는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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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핑 '우화 2'

웡핑 '우화 2'.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웡핑 '우화 2'.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작가 웡핑의 프로필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홍콩에 거주하는 코미디언.’

웡핑(Wong Ping)은 자신을 대담한 전술로 사회에 대한 괴상한 진실을 표현하는 진지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저속하고 무례한 농담을 다양한 펀치라인(punchline :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핵심이 되는 포인트)으로 던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분하지만 수긍하게 만드는 일종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2019년도 작품 ‘우화 2’는 2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작은 이솝과 그림 형제에 항상 등장하는 유명한 문장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한다. 이 멘트에 속아 방심하고 그의 작품을 보면 복잡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오늘은 첫 번째 이야기만 소개한다. 과격하고 급진적인 사회운동가 Cow(젖소)가 등장한다. 폭력 시위 중에 뿔로 경찰관을 우연히 죽여 12년 형을 받고 투옥된다. 감옥에서 Cow는 ‘느리게 요리되는 소고기가 소 입장에서 얼마나 굴욕적’인지 도덕적 관점 대한 연구하고 박사 학위까지 받지만, 경찰관들의 폭력을 견디며 젖소라는 이유로 유제품을 생산하는 암소로 오해 받아 강제로 우유를 추출하는 수모를 겪는다. 12년 만에 출소 후 무일푼인 그는 영양실조까지 찾아와 정치적 행동주의를 취할 수가 없었고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감옥에서 입었던 낡아빠진 청바지를 판다. 청바지는 민주화, 고통에 굴하지 않는 급진적 운동가가 입은 청바지로 상징되며 단숨에 패션 트렌드가 되고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혁명적인 이상’을 판매 포인트로 사용해 성공한다.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 Cow는 낡아빠진 옷을 대규모로 생산하고 패션 제국을 세운다.

필자는 이 지점이 소셜 미디어에서 퍼포먼스적 활동주의가 부상하는 것을 비판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시대에, 도덕적인 행동들과 윤리적인 기준들이 표준화되고 알고리즘화될 수 있고, 종종 특정한 생활 방식들이 더 큰 경제적 이득과 마케팅 전략들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면, 우리는 소위 정치적인 정확성에 어떻게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까?

우화로 돌아와 졸부가 된 Cow는 겉으로는 대중과 이 부를 공유하겠다며 복권을 제작한다. 신성한 운동가, 성공한 기업가로 성공한 Cow는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로 사망한다. 여론은 어느새 변절한 운동가에서 박사 논문를 위해 스스로를 테스트한 인물로 미화하고 기념한다.

윙핑은 홍콩 출신이며 1997년 홍콩 반환에서부터 2003년 중국 정부의 입법, 2014년 우산혁명, 2017, 2019 민주화 시위를 몸소 겪고 참여했던 작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면 감독의 위치와 정치 예술가로서의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이 작품 전반에 걸쳐 보여진다.

Cow는 좌파 정치를 지지하지만 자본주의 아래에서 시장경제의 꿀과 젖을 아는 시시포스의 딜레마를 연기하는 동물이다. 무정부주의자에 매진하다 배신한 Cow 캐릭터는 윤리와 이익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작가의 지역 정치가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김가현 부산현대미술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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