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HMM 부산 유치, 시민의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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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현 동명대 항만물류시스템학과 교수

부산은 세계적 메트로폴리스 서울에 이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다. 또 글로벌 허브 항만인 부산항을 보유한 명실상부 해양물류 중추도시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에 어긋나게 여전히 주요 기업은 부산을 외면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기업정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부산에 국내 100대 기업이 전무했다. 부산 1위 기업 르노 코리아 자동차(매출액 4조 8620억 원)는 112위에 머물러 있다. 국내 1000대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겨우 28곳이 부산에 있을 뿐이다. 부산 경제의 총 매출액도 전국 대비 1.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HMM(옛 현대상선)의 부산 본사 유치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올해 1분기 실적에 따르면 HMM은 덴마크 머스크, 중국 코스코, 일본 ONE 등에 이어 글로벌 순위 8위의 초대형 선사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이기도 하다.

HMM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이 8조 4010억 원에 달하며 영업이익은 5849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앞세운 전략에 홍해 사태 장기화에 따른 반사이익 등으로 글로벌 주요 선사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 최근 해운 운임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만큼 높은 실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부산시는 산업은행과 HMM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해 중앙정부, 정치권, 대주주들의 협조와 설득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본사 이전의 타당성을 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명확한 액션 플랜(Action Plan·실행 계획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HMM 본사 유치 전략팀도 구성돼야 한다. 부산시 물류정책 담당 부서, 교통혁신국의 트라이포트 기획팀을 비롯해 지역 상공계, 부산시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 전문가 그룹이 조직돼야 하는 것이다.

특히 HMM의 부산 유치는 지역에 물류 대기업이 필요하다는 시민의 염원이 더해져야 한다. 현재 HMM의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로 각각 29.2%, 28.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부산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주 발행을 제안한다. 시민의 투자 재원을 바탕으로 HMM은 세계 1·2위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도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민주 발행으로 HMM 부산 유치에 대한 시민의 참여 의식을 높일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수익을 환원시켜 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HMM의 부산 유치와 육성 정책에 대한 타당성을 정치권 등에 더 강력히 어필할 수 있다.

1990년에 부산시가 남항 앞바다에 인공섬을 조성하고자 시민주 발행을 추진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이러한 경험을 발판 삼아 성공적인 시민주 투자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구체적인 시민주 발행 방안으로 부산도시공사 산하에 가칭 ‘HMM 유치 진흥기금’을 설립해 공모하는 것을 제안한다.

최근 산업은행은 추진 중인 기업 매각에 실패하면서 관련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 시민이 지혜를 모아 기회를 찾아야 한다.

부산은 전국 6대 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년 인구 유출 등의 문제도 이미 고착화된 상태다. 이에 지속적인 대기업 유치 노력을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도시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혁신과 쇠퇴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7대 항만인 부산항을 보유한 진정한 해양수도라면, 적어도 국내 최대 해운기업의 본사가 있어야 한다. 부산은 가덕신공항 개항으로 항만, 공항, 철도를 결합한 트라이포트(복합수송체계)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HMM 유치를 통해 물류와 관련해서는 국내외 청년 인재가 몰리는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어게인 부산’(Again Busan)을 위해 부산 바다 사나이의 근성을 보여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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