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대표 승인 없이 큐텐이 자금썼다"
자금 사용 절차 부적절 정황 포착
정산 지연 사태 전체 계열사 확산
인터파크도서, 서비스 일시 중단
AK몰도 판매대금 정산 지연 발생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의 여파가 모기업 큐텐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다. 또 규텐이 내부 절차를 어기고 티메프의 자금을 빼 쓴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31일 인터파크도서는 “최근 발생한 티몬, 위메프의 미정산 영향으로 정상화 시점까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인터파크도서는 큐텐그룹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가 운영하는 도서 전문 온라인 플랫폼이다. 인터파크커머스 산하 플랫폼인 AK몰 역시 전날 판매대금 정산 지연 발생을 알렸다.
이들 플랫폼은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이후에도 정상 운영됐지만, 판매사와 소비자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판매대금 미정산 위기가 현실화했다. 티메프에서 시작한 사태의 큐텐 전 계열사 확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앞서 구영배 대표는 전날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인터파크커머스나 AK몰은 정산을 못 하거나 정산 지연할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의에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인터파크트리플은 브랜드 이미지 훼손 우려가 커지자 큐텐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에 ‘인터파크’ 브랜드 사용 계약 해지와 함께 브랜드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현재 야놀자 계열사인 인터파크트리플은 지난해 4월 쇼핑과 도서 사업을 분할한 인터파크커머스를 큐텐에 매각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매각 이후에도 브랜드 소유자인 인터파크트리플과 계약을 맺고 인터파크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한편 티메프의 모기업 큐텐은 두 플랫폼 대표이사 승인 없이 자금을 몰래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먼저 빼가고 절차는 나중에 구색을 맞춘 것이다.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4월 11일 위시 인수 자금 명목으로 티몬에서 200억 원을 빌렸다. 이자는 4.6%, 만기는 1년이다. 당시 큐텐이 티몬에서 자금을 빌린 건 위시 인수대금 납부 기한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 승인 절차는 비정상적이다. 대여금 집행 문서의 기안일은 지난 4월 11일이었으나 류광진 티몬 대표의 최종 승인이 난 것은 나흘 뒤인 15일로 확인됐다. 이미 티몬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뒤 사후 결제가 이뤄진 셈이다.
큐텐이 대여 명목으로 가져간 자금에는 판매자들에게 정산해 줘야 할 판매 대금도 섞여 있을 개연성이 높다. 구 대표는 전날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 원을 위시 인수 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 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앞서 1월에도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 큐텐은 지난 1월 11일 금리 4.6%로 1년 만기 자금 50억 원을 티몬에서 빌렸다. 이 당시에도 대표의 승인은 자금 대여가 집행된 날로부터 19일이나 지나 1월 30일에야 이뤄졌다.
큐텐은 2022~2023년 티몬과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한 뒤 재무와 기술개발 조직을 해체해, 해당 기능을 큐텐테크놀로지에 넘겼다. 이 회사는 사실상 큐텐 한국 자회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큐텐 측이 티몬의 곳간을 제멋대로 주무르며 자금 이동을 사전에 류광진 대표와 상의하지 않았거나, 류 대표가 대여금 집행 시점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짙다. 실제 류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재무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취임 첫날인 31일 첫 간부회의에서 "지금은 무엇보다도 신속한 수습이 가장 중요하다"며 피해업체에 대한 5600억 원의 긴급자금 공급, 기존 대출 만기연장, 소비자 결제 취소 지원 등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