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위해 평생 달려왔는데…” 이준환, 세계 1위 꺾고도 아쉬움의 눈물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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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환 81kg급 남자 유도 동메달
숙적 조지아 선수에 져 결승 좌절
동 결정전선 연장 접전 끝 절반승
첫 올림픽 출전서 메달 따고도
그간 훈련했던 기억 떠올라 울컥
4년 뒤 올림픽 금메달 의지 다져

이준환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벨기에의 마티아스 카스에게 되치기를 성공시켜 동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환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벨기에의 마티아스 카스에게 되치기를 성공시켜 동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유도의 이준환(22·용인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세계 랭킹 1위를 물리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유도는 이준환의 분투로 전날 허미미(21·경북체육회)의 여자 57㎏급 은메달에 이어 대회 두 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세계 랭캥 3위 이준환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와 맞붙었다. 이준환은 연장 접전 끝에 카스에게 안뒤축후리기 절반승을 일궜다.

경기 초반에 카스는 뒤로 누우면서 이준환을 넘기려 했지만, 이준환이 잘 방어했다. 경기 시작 1분이 지났을 때 이준환은 기습 업어치기로 상대의 두 발을 공중에까지 띄웠으나 아쉽게도 넘기는 데는 실패했다. 두 선수는 지도를 하나씩 주고받은 뒤 정규시간 4분간 승부를 내지 못하고 연장전(골든 스코어)에 돌입했다.

연장전 시작과 함께 카스의 기습으로 이준환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점수를 내줄 뻔했다. 이어 연장 48초가 지나 카스가 이준환을 메치려했으나, 이준환이 빈틈을 노리고 발을 걸어 절반을 획득했다.

승자가 된 이준환은 매트 위에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그는 황희태 남자 대표팀 감독과 부둥켜 안고도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이준환은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그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이준환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평생 열심히 훈련했다. 선수촌에서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이날을 위해서 달려왔다”며 “그런 과정들이 떠올라서 울컥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의 눈물이 기쁨이 아닌 아쉬움의 눈물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제 실력이 부족해 동메달에 그친 것 같다. (4년 뒤)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는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준환은 32강에서 아슈라프 무티(모로코)를 만나 허벅다리걸기 절반승으로 기분 좋게 메달 사냥에 나섰다. 16강에서는 사기 무키(이스라엘)에 허벅다리걸기 한판승을 거뒀고, 8강에서는 샤로피딘 볼타보예프(우즈베키스탄)를 어깨로 메쳐 한판승으로 준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준결승 상대는 이준환의 ‘숙적’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였다. 이준환은 올해와 작년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그리갈라쉬빌리를 만나 두 번 모두 패배했다. 이준환은 이런 그리갈라쉬빌리를 만나 접전을 벌였으나 연장전까지 간 끝에 안오금뛰기 절반패를 당했다. 이준환은 준결승전 패배 이후 믹스트존을 지나면서 "동메달 결정전까지 끝나고 (소감을 말) 하겠다"며 결기를 보였다.

이준환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우연히 유도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 체급의 국가대표 이은결에게 2년 동안 5연패를 당하며 시련에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기를 몰랐던 이준환은 2022년 6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그랜드슬램 남자 81㎏급에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당시 유도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차례대로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준환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이준환은 빠르게 파고들어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을 구사해 ‘번개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파리 대회에서 메달을 두 번째 메달을 선사하면서 한국 유도는 희망을 이어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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