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이어 이란까지… 벼랑 끝 치닫는 중동 정세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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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란고원 보복 나선 이스라엘
30일 레바논 수도까지 공습
대통령 취임식 날 당한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긴급 소집
하마스도 “좌시 않겠다” 분노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8층 건물의 잔해를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8층 건물의 잔해를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이 10개월째 이어지는 와중에 하마스 서열 1위 지도자가 이란 심장부에서 살해되면서 중동 정세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살해되자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이란 당국자 등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국내외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SNSC가 하니예 암살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들을 비롯해 친이란 무장세력 네트워크를 감독하는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총사령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혁명수비대 고위급 인사는 이란에서 하마스 지도자를 겨냥한 공격이 일어난 것을 두고 이란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하니예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다. 테헤란에서 일어난 하니예의 순교는 이란,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사이의 깊고 뗄 수 없는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같은 날 최고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의 사망 사실을 공식확인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하마스는 이날 낸 성명에서 “우리의 지도자 하니예가 거짓된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급습으로 테헤란의 숙소에서 순교했다”며 “위대한 팔레스타인, 아랍, 움라(이슬람 공동체) 그리고 전세계 모든 자유민의 아들을 추모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앞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최고위급 인사까지 제거하며 광기 어린 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9개월 넘게 이어져 온 양측간 긴장이 폭발 직전까지 치닫게 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를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망한 슈크르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이자 작전계획 고문이다.

이날 단행된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헤즈볼라를 포함된 이른바 ‘저항의 축’ 심장부인 이란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날 단행됐다는 점이다. 저항의 축 지도자들의 단결을 대외에 과시하는 행사에 맞춰 인근 레바논의 수도를 공습하고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을 제거한 것이다. 사실상 이란과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이스라엘의 경고로 읽힌다.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은 하마스 내 서열 3위인 정치국 부국장 살레흐 알아루리를 겨냥했던 지난 1월 초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전면전 발발 직전의 긴장 상태에서 이뤄진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초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 방송은 이번 베이루트 폭격을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후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최대 분쟁 확대 시도”라고 규정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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