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안창홍이 부산 뒷골목에서 전시한다고?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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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시절 보낸 골목에 위치한
중구문화원서 ‘오래된 미래’전
‘성장터’ 대한 부채 의식 갚고자
비영리단체 소박한 전시 승낙

안창홍 ‘봄나들이2’. 부산중구문화원 제공 안창홍 ‘봄나들이2’. 부산중구문화원 제공

안창홍 ‘유령패션’. 부산중구문화원 제공 안창홍 ‘유령패션’. 부산중구문화원 제공

“안창홍 작가가 갤러리도 아닌 부산 뒷골목의 작은 공간에서 전시를 한다구요?” “중구문화원이 어디에요? 거기 갤러리가 있어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팬 미팅을 할 정도로 인기 많은 작가 안창홍. 197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안 작가는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사회 모순을 강렬하고 날카롭게 고발하며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안창홍의 감각적 리얼리즘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미술사에 단단한 자리매김을 해 왔다. 미술 시장에서 안창홍은 핫한 작가였고 가파르게 오르는 그의 작품 가격은 미술판의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 미술 거장 안창홍 작가가 오랜만에 고향 부산에서 100여 점에 가까운 작품을 선보인다. 시대별 대표 작품이 등장하는 회고전에 가까운 전시. 이 큰 전시를 주최한 곳은 지역의 작은 문화공간, 부산 중구문화원이다. 작은 골목에 자리 잡고 있어 모르는 이가 더 많다. 그러니 미술 팬들은 중구문화원과 안창홍 작가 전시에 대해 궁금증이 많다.


안창홍 ‘우주의 심장’. 부산중구문화원 제공 안창홍 ‘우주의 심장’. 부산중구문화원 제공

안창홍 ‘거울속의 자화상’. 부산중구문화원 제공 안창홍 ‘거울속의 자화상’. 부산중구문화원 제공

안 작가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직접 답했다. “예민한 청소년기, 광기의 청장년기를 부산에서 보내며 그림은 나에게 전부였습니다. 싼 화실을 찾아 부산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고, 당시 미문화원(현재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뒷골목의 적산가옥 2층에 정착했어요. 거기서 결혼하고 두 아들도 얻었어요. 가난했지만 당당했고 창작 활동도 왕성했죠. 나에게 부산은 창작 에너지의 뿌리가 된 곳입니다. 고향인 부산에 부채 의식이 있어요. 그래서 비영리단체의 소박한 전시를 승낙했습니다.”

중구문화원 담당자는 일면식도 없는 안 작가의 경기도 양평 작업실을 직접 찾아갔다. 예술과 삶이 일치하는 안 작가를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부산 시절 쏘다니던 골목에서 전시 한 번 하자고 청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각창작산실 지원 사업에 선정돼 소박한 전시를 할 정도의 경비는 마련했다고 전했다.

처음엔 안 작가가 망설였다고 한다. 문화원 담당자는 어떻게 생긴 공간인지 딱 한 번만 와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청춘 시절을 보낸 골목에 자리 잡은 중구문화원을 찾는 순간 안 작가는 덜컥 전시를 허락해 버린다.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 회화, 조각 등 시대별 대표작을 모두 가져왔지만, 이 좁은 공간에 어떻게 설치할지 고민에 빠졌다. 문화원은 예산이 빠듯해 가벽 공사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결국 안 작가가 교통비와 수고비 등을 일절 받지 않고 그 비용을 전시 공간을 준비하는 데 사용하자고 했다.


부산중구문화원에서 열리는 안창홍 작가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부산중구문화원에서 열리는 안창홍 작가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부산중구문화원에서 열리는 안창홍 작가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부산중구문화원에서 열리는 안창홍 작가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부산중구문화원에서 열리는 안창홍 작가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부산중구문화원에서 열리는 안창홍 작가 전시 전경. 김효정 기자

진심이 통한 전시는 울림이 크다. 작가의 속살로 불리는 드로잉 작품들을 비롯해 청년기의 주요 작품, 장년기 원숙기의 작품이 1층과 2층, 문화원 옆 창고 공간(복병산 작은 미술관)에 고루 전시돼 있다. 공간은 작아도 작품의 배치는 정교하고 아름답다. 유령 패션, 가족사진, 얼굴, 봄나들이, 우리도 모델처럼, 눈먼 자들, 마스크 등 안창홍의 대표 시리즈와 인도 풍경 연작이 다 나왔다. 창고를 개조한 복병산 작은 미술관에는 눈먼 자들 입체 시리즈가 몰입감 있게 배치됐다.

전시 제목인 ‘오래된 미래’는 작업을 시작하던 부산의 청년 시절부터 작품이 어떻게 이어지고 미래로 어떻게 갈 것인가를 탐구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안 작가는 “내게 미술은 구속받지 않는 자유정신이자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고 시대정신의 산물”이라고 답했다. 이번 전시는 11일까지 열린다. 051-442-2550.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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