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조선,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널리 깨우치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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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물관 ‘곤여전도’ 기획전
조선 후기 유통된 세계지도
채색 필사본… 예술적 가치도

1674년 북경에서 제작된 흑백의 초간본을 18세기경 채색으로 필사한 ‘곤여전도’. 부산박물관 제공 1674년 북경에서 제작된 흑백의 초간본을 18세기경 채색으로 필사한 ‘곤여전도’. 부산박물관 제공

부산시립박물관이 과거 조선인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1674 곤여전도-신비한 세계여행’ 기획전을 내달 8일까지 열고 있다.

조선은 중국에서 세계지도를 들여오고 나서야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과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박물관이 소장한 세계에서 유일한 채색 필사본 병풍 지도 ‘곤여전도’를 만날 수 있다. 조선 후기 가장 널리 유통된 서양식 세계지도 중 하나다.

‘곤여(坤輿)’는 큰 땅(大地)을 가리키는 말로, 점차 의미가 확장되어 지구를 지칭하게 되었다. 곤여전도는 청나라에서 활동한 벨기에 출신 예수회 선교사인 페르디난드 페르비스트가 1674년 제작한 목판 세계지도다. 동반구와 서반구를 나눠 그린 양반구형 지도로, 당대 최고의 지리적 지식과 과학적 성과가 반영돼 있다. 유럽·아메리카·오세아니아 등은 지금과 유사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 남극대륙과 바다에는 코뿔소·낙타·도롱뇽·악어 등 실제 동물이나 인어 같은 상상의 동물이 그려져 역동성을 더했다.

부산박물관이 소장한 곤여전도는 1674년 북경에서 제작된 흑백의 초간본을 18세기경 채색으로 필사한 것으로 역사 자료적 가치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도 매우 높다고 평가된다. 전시 공간에서는 곤여전도 실물과 함께 곤여전도의 특징과 탄생에 얽힌 이야기, 주기(注記) 내용, 조선 전래 과정, 신비한 육상·해상동물의 면면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대형 영상을 통해 곤여전도 제작 당시의 천문·지리적 정보와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30일 오후 3시에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연구사의 전시해설을 듣는 ‘큐레이터와의 역사나들이’가 진행된다.


곤여전도에 묘사된 고래의 모습. 부산박물관 제공 곤여전도에 묘사된 고래의 모습. 부산박물관 제공
곤여전도에 묘사된 상상의 동물 유니콘. 부산박물관 제공 곤여전도에 묘사된 상상의 동물 유니콘. 부산박물관 제공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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