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분관 유치 타당성, 시민이 따져 본다
시 ‘밀실 행정’에 비판 목소리
27일 유치 관련 긴급 토론회
글로벌 문화도시로 거듭나는 계기일까, 세금 먹는 하마를 들여오는 것일까. 세계적인 미술관,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를 두고 부산시와 부산 문화시민단체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그간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지난달 24일 시와 의회가 비공개로 분관유치 업무협약 동의안을 처리한 ‘밀실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참여연대와 인본사회연구소가 27일 오전 11시 부산참여연대 강당에서 ‘이기대 공원 퐁피두 미술관 분관 유치 진단 긴급 토론회’를 연다.
인본사회연구소 남송우 이사장(고신대 석좌교수·국립부경대 명예교수)이 좌장을 맡았고,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가 ‘퐁피두란 뻐꾸기 새끼 키워야 하나’라는 주제로 발제한다. 이어 부산에서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최승현 씨와 박찬형 부산참여연대 총괄본부장이 토론에 나선다.
토론회 주최 측은 “부산시는 미술관의 명칭과 용역 결과를 비공개했고, 시의회 상임위는 심의도 비공개했다. 2021년부터 부산시가 퐁피두 센터 분관을 유치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정작 협약명, 협약 대상, 협약 내용 등 모든 것을 비공개로 추진하는 것은 부산에 불리한 내용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기대 공원 일몰제로 공적 자금 737억 원을 투여해 부지를 매입했고, 다시 막대한 건축비와 운영비, 퐁피두 센터의 브랜드 사용료 등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시는 공론화 과정도 없이 밀실에서 추진했다.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미술계와 시민사회 의견을 듣는 긴급 토론회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남송우 이사장은 “퐁피두센터가 세계적인 문화공간이라는 건 안다. 그러나 세계화(글로벌)라는 이름 아래 검증 없이 너무 쉽게 분관을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이사장은 이어 “부산은 시립미술관, 현대미술관 두 곳의 공적 미술관이 있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퐁피두 분관 대신 부산의 공적 미술관에 예산을 좀 더 투자해 세계적인 작품을 구매하고 시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부산의 문화 발전을 위해 로컬 문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 절실하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빠르면 이달 중에 퐁피두 측과 미술관 설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할 예정이며 계획대로 추진되면 2031년 부산 남구 이기대 예술지구내에 분관을 개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밀실 행정 지적에 대해 “퐁피두 측이 업무 협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비밀 유지를 해 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