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집 만든 기업, 미래 여는 신기술 기업으로 재도약" 동아전기공업 김혜원 대표 [부산 혁신기업 열전]
부산 사하구 본사 둔 향토기업
1955년 '두꺼비집' 최초 생산
전기차 충전용 차단기 국산화
진공 기술 폐배터리 재활용 등
69년 노하우 바탕 신사업 박차
부산의 향토기업 동아전기공업은 1955년 국내 최초로 가전용 누전 차단기 일명 '두꺼비집'을 특허받아 생산한 기업이다. 사하구에 본사를 둔 69년 전통의 차단기 명문 장수기업으로 서울, 충북 오송, 베트남 빈증성 등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주요 전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27개국에 차단기 등 전자제품을 수출하며 부산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일화학, 동아셀바이오 등 계열사를 설립해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100년 역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동아전기공업의 김혜원(47) 대표를 만났다.
■ 두꺼비집부터 전기차 충전 차단기까지
동아전기공업의 주요 생산 품목은 배선용 누전차단기, 세대분전반, 전자접촉기, 전자개폐기, 스마트전력량계, 누전차단기용 PCB 등 중저압 전력기기에 특화되어 있다. 동아전기공업의 전 제품은 IEC 국제전기표준회의의 규격 승인을 받았다. IEC는 모든 전기, 전자 및 관련 기술에 대한 국제 표준을 제정, 게시, 관리하는 국제 표준 기구다.
동아전기공업의 대표 생산품은 현대판 두꺼비집인 가구별 세대분전반이다. 아파트 및 주택의 전기 사고 발생 시 사고 예방을 위한 제품으로, 쉽게 말해 전기를 세분하여 나누어 주는 역할을 한다. 각 차단기를 통해 전기를 통과시키면서 사고 시 전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대우, 두산, 롯데 등 국내 유수의 건설사에 납품 중이며, 국내 세대분전반 시장의 약 10%를 동아전기공업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또 동아전기공업은 국내 최초로 각고의 연구개발 끝에 '전기차 충전용 차단기(A형 누전차단기)'를 개발했다. 마찬가지로 전기차 충전용 차단기는 충전기 전원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전기를 적시에 차단하는 제품으로 안전성을 위해 반드시 사용되어야 하는 부품이다. 이 제품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김 대표는 "수입산 유럽 부품은 개당 100만 원 정도였다"며 "부품 국산화를 통해 수입산 대비 최대 60% 정도 저렴한 부품을 생산했고 국내에서 확보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수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아전기공업은 세계 최초로 전자식 차단기 기술 개발 특허를 출원하고 상용화 제품을 개발했다. 전자식 차단기란 차단기에 IoT 기술을 입힌 제품으로 전력사용량 등 모니터링 시스템을 스마트폰이나 PC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제품이다. 과부하 전력 차단, 회로 차단, 전기자동차 전류 감시, 전력기기 디지털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 진공을 활용한 폐배터리 재활용
동아전기공업은 그간의 전력기기 생산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신규 법인 동아셀바이오 설립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뛰어든 것. 김 대표는 "기업은 생물과 같아서 새로운 사업을 끊임없이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동아전기공업이 가지고 있는 제품 설계 생산 노하우와 동아셀바이오의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 시대가 요구하는 사업을 하고 싶어 설립했다"고 말했다.
동아셀바이오가 주력하고 있는 기술은 '진공' 기술을 활용한 폐배터리 방전 및 전해액을 비롯한 고효율 자원 회수 연속 생산 시스템이다. 이차전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산 소재인 리튬, 코발트 등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료 확보가 시급하다. 폐배터리 자원 회수는 부족 자원의 재수급 측면에서 선진국 등 관심이 높은 기술이다. 단 기존 기술은 열처리 방식으로 진행되어 투입 에너지 대비 자원 회수율과 환경적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동아셀바이오는 진공 상태에서 폐배터리를 원료화하는 전처리 기술 모듈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도입진공챔버, 진공배기유니트, 파쇄진공장비, 파쇄물배출 진공챔버 등 폐배터리 원료화 전 과정을 진공 상태에서 진행할 수 있다"며 "열처리를 위해선 최대 1450℃의 이상의 높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자사의 진공기술을 활용하면 과다한 에너지가 필요 없고 완전 무인화로 인해 작업자의 유해환경 노출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 자원 회수 생산성은 100kg당 97kg 이상, 전해약 회수율을 10L당 9L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셀바이오는 진공 시스템 모듈을 2차 전지 제조기업, 자동차 제조, 폐자원 재활용 등 기업에 본 시스템을 보급, 사업화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시스템의 브랜드화를 실시하여 단독 비즈니스 모델로 육성하고, 집중 보급과 시장 선점으로 직접적인 부가가치 창출을 실현할 계획"이라며 "향후 본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면서, 폐배터리를 통해 회수된 자원을 이차전지 생산 기업 등 자원 필요 기업에 보급하는 등 사업화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벤처협회는 친정 같은 곳
김 대표는 부친인 김광수 회장에 이어 2세 경영인이다. 2010년 입사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대표직을 맡게 됐다. 워킹맘으로써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는데, 부산울산경남여성벤처인협회(이하 여벤협회)의 도움이 컸다. 여벤협회에 소속된 다양한 분야의 여성 리더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김 대표는 "2019년부터 여벤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기업을 운영하면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문제들의 해결책을 선배들의 경험에서 발견할 수 있었고 육아와 사회생활의 공존 등 삶의 노하우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음의 안식처 같은 역할도 했다. 여성 기업인들에게 마치 친정 같은 곳이라는 것, 김 대표는 "다양한 교육도 함께 듣고 봉사활동도 활발히 하는 편"이라며 "여성 기업인 후배들에게 협회 활동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생명은 사람이다.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김 대표에게도 가장 큰 난관은 '인재 부족'이다. 김 대표는 "충북 오송에 있는 연구개발센터에는 어느정도 경기도권 인재수급이 가능한데 지역에선 구하기 쉽지않은게 현실"이라며 "어느정도 신 사업이 안정화되고 나면 지역의 마이스터고 등 특성화고 인재를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남형욱 기자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